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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선전...호남 낙제에도 '할 말' 생긴 문재인


입력 2016.04.14 01:09 수정 2016.04.14 01:12        이슬기 기자

'친노 3수생' 김경수, '4수생' 3인방도 접전 끝에 금배지... 김해 갑을서 모두 깃발 꽂아

4·13 총선이 5일 남은 8일 광주를 방문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광주공원에서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호남에서 완패를 당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면'이 섰다. 여권 강세 지역이자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낙동강 벨트(부산·김해)에서 이른바 '친노 4인방' 전원이 무사생환하면서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이 지역에선 야당 인사들이 대거 도전장을 내고 접전을 펼쳤지만 30곳 중 2곳을 얻는 데 그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영남권 지원유세에 나섰던 문 전 대표의 어깨에도 상당 부분 힘이 실리게 됐다.

13일 총선 개표 결과, 더민주는 부산 북구·강서갑(전재수)과 사하갑(최인호), 부산진갑(김영춘), 경남 김해갑(민홍철)과 김해을(김경수)을 모두 석권했다. 특히 이들 모두 지난 총선에서 '사지'에 출마했다가 간발의 차이로 낙선, 4년 간 꾸준히 바닥민심을 다진 끝에 국회에 입성한 것을 고려할 때 정치적 의미도 크게 부여되는 곳이다. 

김해을에서 '천하장사' 이만기 새누리당 후보를 누른 김경수 당선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냈으며, 현재 경남도당 지역위원장이다. 19대 총선과 2014년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고, 이번 총선에서 '3수생'으로 나서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앞서 그는 도지사 선거 당시에도 김해을 지역에선 홍준표 새누리당 당시 후보를 5000표 가까이 앞서면서 가능성을 확인, 국회의원 낙선 직후 동네 계모임까지 챙길정도로 지역민심 다지기에 힘을 쏟아왔다. 또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 후보보다 우세한 흐름을 보이면서 일찍이 '지역주의 허물기'에 대한 기대가 회자되기도 했다.

'4수생' 신분에서 당선인으로 부활한 친노 인사들도 주목할 만하다. 박민식 새누리당 후보와 세번째 리턴매치 끝에 금배지를 달게 된 전재수 당선인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제2부속실장을 역임했다. 앞서 18-19대 총선과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북구청장 후보로 출마, 주민들에게 동정여론을 넘어선 '동질감'으로 승부하겠다던 3전4기를 마무리 짓게 됐다. 여의도 정치판에선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부산 지역에선 일찍이 새누리당을 위협할만한 '야권 기대주'로 꼽혀왔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언론비서관 출신인 최인호 당선인도 '사하갑 4수생' 신분에서 벗어나게 됐다. 지난 총선에서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에 2000표 차이로 패배한 아픔을 딛고, 그동안 지역 다지기에 올인해왔다. 상대인 김척수 새누리당 후보에 오차범위 내로 뒤쳐지며 안갯속 접전을 이어왔으며, 여론조사상 약세를 뒤엎고 20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박재호 당선인은 지난 17대 총선부터 부산 남구을에서만 내리 네번째 국회의원에 도전한 '소고집'이다. 17.18대 때는 김무성 당시 후보와 붙어 선전했고, 19대 떄는 서용교 새누리당 후보와 약 8%p 차이로 접전을 펼친 바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선거 운동 기간에도 '시끄러운 유세'를 지양하고 골목마다 직접 돌아다니며 지역민들을 만나는 데 집중해왔다. 

현직 부산시당위원장이자 친노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영춘 당선인도 3선 달성에 성공했다. 지난 총선에서 나성린 새누리당 후보에게 3.7%p 차이로 패했지만, 4년만에 재대결을 벌인 결과 박빙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앞서 그는 서울 광진갑에서 16·17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2011년 열린우리당 실패의 책임을 지겠다며 휴지기를 선언했다. 이후 가족과 부산으로 귀향해 표밭을 다진 결과 '서울 재선 후 부산 3선'이라는 이력을 일궈냈다. 20대 총선 당선을 전제로 김영삼-노무현 대통령을 잇는 '부산 출신 대통령'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만큼, PK출신 대선 주자가 새로이 탄생할지도 주목할 대목이다.

아울러 친노 인사는 아니지만, 깁해갑에서 홍태용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한 민홍철 당선인 역시 문 전 대표의 발언권에 힘을 싣게 됐다. 민 당선인은 앞서 19대 총선에선 김정권 새누리당 당시 의원보다 989표를 더 얻으면서 1.19%p 차이로 당선된 인물이다. 이로써 김해 갑과 을 지역 모두 더민주가 깃발을 꽂았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 김미현 소장은 의석수를 떠나 '문재인의 외연확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더민주가 국민의당으로 인해 호남에선 어렵게 됐다고 하더라도, 낙동강벨트를 비롯해서 강원 제주 등 각 지역에서 단 한석씩이라도 얻는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문재인 전 대표는 그 누구도 못했던 '전국 정당'을 만든 것 아닌가. 그간 친노 패권주의라고 아무리 욕했어도 결국 외연확장에 성공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더민주가 호남에만 국한되는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호남 정당'의 이미지를 벗어난 것"이라며 "몇 석을 얻었냐를 떠나서 그 자체로 충분히 높게 평가를 받을만하다. 여권 강세 지역이었던 곳에서 친노 4인방이 모두 살아남으로써 문 전 대표는 당내 입지는 물론, 대선후보로서 확장성을 인정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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