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교차투표'가 국민의당에 날개 달아줬다
교차투표 최대 수혜자는 더민주·국민의당, 최대 피해자는 새누리당
지상파 3사의 13일 4.13 총선 출구조사 결과, 대다수 유권자들이 정당투표에서 지역구 후보와 정당을 따로 선택하는 교차투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덕분에 국민의당 정당득표율이 의외로 높게 나타나 제3당의 입지를 굳히는 것으로 예상됐다.
출구조사 결과 정당득표율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15~19석으로 비례대표 의석이 예상됐고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11~14석, 국민의당은 12~14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당초 21석까지 내다봤던 새누리당이 고전을 면치 못한 반면 국민의당은 더민주에 육박하거나 오히려 1석 더 많이 얻는 것으로 예측됐다. 더민주는 당초 안정권을 20석까지 바라보기도 했으나 국민의당의 막판 상승세에 대폭 떨어졌다.
이번 선거는 야권 분열로 인해 1여다야 구도로 치러진터라 자연스레 새누리당의 우세가 예상됐으나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상당수 유권자들이 교차투표를 한 것이 작용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권 지지자층에서 지역구 표는 더민주 후보에 몰아주고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 측 모두 바라던 시나리오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주말 서울 관악을 지원유세 도중 "더민주와 새누리당 지지자도 비례대표는 3번을 찍겠다는 분들이 많아 아주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유권자들을 향해 아예 교차투표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지난 10일 서울 관악을 정태호 더민주 후보 지원유세에서 "정당투표에서는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더라도 지역구 후보자는 더민주 후보를 선택해 달라"며 호소하고 나섰다. 1여다야의 선거 구도로 야당 표 분산이 현실화되자 지지층 결집을 당부한 것이다.
국민의당이 예상보다 많은 정당득표를 얻고 더민주는 호남에서 상당수 의석을 잃었지만 수도권 접전 지역을 사실상 싹쓸이하는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들의 바람은 어느 정도 현실화 된 것으로 보인다. 총 49곳의 의석이 있는 서울에서 새누리당의 당선 의석 수는 8석에 그쳤으나 더민주는 27석에 달했다. 덕분에 안 대표와 문 전 대표는 모두 미소를 머금을 수 있게 됐다.
보수 성향 유권자도 교차투표, 최대 피해자 새누리?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교차투표의 최대 수혜자라고 본다면 최대 피해자는 새누리당이라고 볼 수 있다. 당초 새누리당은 20~22석의 비례 의석을 예상했지만 최악의 경우 국민의당과 단 1석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울상을 짓게 됐다. 또한 지역구 의석은 120석대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며 여소야대 정국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 지지자층조차 새누리당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새누리당이 공천 과정에서 큰 내홍을 겪으면서 바닥 민심을 상당 부분 잃었고 실망한 지지층이 새누리당의 대안으로 국민의당을 지목한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선거운동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위기감을 느꼈고 읍소 전략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려 했으나 지지층의 교차투표마저 막지는 못 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에 "국민의당이 비례 의석이 예측보다 많이 늘어난 것은 여당 성향 지지층에서도 교차투표를 한 것"이라며 "과거 보수층이 교차투표를 하려면 진보를 선택 해야만 했는데 이젠 (국민의당으로) 중도 선택이 가능해졌다. 그런 부분이 고려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도 "국민의당의 선전은 분리투표(교차투표)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유권자들이 지역구 후보는 본인이 원하는 인물을 찍고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으로 표를 많이 준 것으로 보인다"며 "그와 함께 새누리당도 싫고 더민주도 싫은 무당층이 그 대안으로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도 의미가 있는 부분"이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교차투표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 여야 모두 공천 파동으로 바닥 민심을 완전히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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