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제자’ 3당 원내대표, 스승처럼 ‘협치’ 이룰까
협치 공감…첫 시험대는 11일 3당 원내지도부 회동
대선 앞두고 정국 주도권 경쟁 가능성에 잿빛 전망도
3당 원내대표가 ‘제 2의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 될 수 있을까. 김종필 전 총리의 ‘정치적 제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문하생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스승처럼 ‘협치’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 첫 시험대는 11일 3당 원내지도부 회동이다.
세 원내대표는 20대 총선으로 여소야대 3당 정국이 탄생한 만큼 모두 ‘협치’라는 대원칙에 공감한다. 자신의 정치적 스승과 DJP 연합을 거론하며 협치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DJP연합은 1995년 김 전 대통령이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가 이듬해 15대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자신의 대권 가도에 적신호가 들어오자,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자민련의 김 전 총리와 손잡으면서 탄생했다. 양당은 김 전 대통령을 15대 대통령 후보로, 김 전 총리를 초대 국무총리로 하기로 합의했으며, 내각제 개헌으로 국무총리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이후 이들이 정권교체를 이뤄내며 ‘협치의 효시’로 불린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우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DJ 어록 가운데 ‘정치는 모름지기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한 말씀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며 “우 원내대표의 스승(DJ)과 제 스승(JP)은 ‘DJP 연합’을 해서 국난을 극복한 경험이 있다. 두 분 어르신은 협치를 처음으로 실천하신 분, 협치의 효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도 지난 9일 박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김 전 대통령께서 ‘학생들의 힘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며 웃었는데 저나 박지원 선배님 모두 같은 ‘김대중 문하생’이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의 뜻과 정신을 기리는데 누구보다 협조가 잘 될 것 같다”고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여야 간 ‘협치’가 정국의 화두가 된 만큼 제2의 DJP 연합이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김 전 총리도 10일 정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여당은 최선이 아니라도 차선을 골라 타협해야 한다. DJP때 하던 것을 잘 검토해 보라”고 조언했다. ‘협치’의 첫 시험대는 11일 국회에서 열리고 있는 3당 원내지도부 회동이다. 이들은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 상임위 조정 문제 등을 협상한다.
다만 원구성 과정이 20대 국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첫 기회인만큼 협치를 실현하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도 있다. 원내 1당이 된 더민주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온 반면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입법 활동에 상호 견제가 필요한 만큼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각각 다른 당에서 맡아야 한다고 맞서왔다. 소관 부처가 이질적이고 정원이 많은 미방위와 교문위 등의 분할을 두고도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특히 대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정권 재창출과 정권 교체라는 각 당의 목표가 있는 만큼 20대 국회 초반부터 여야의 극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권 교체’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뭉쳤던 DJP연합과는 정치적 상황이 달라 세 원내대표가 DJP연합의 협치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11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20대 국회의 주도권 선점은 물론 대선을 앞둔 현재 3당이 순조로운 협상을 할 만큼 여유가 있지 않다”며 “3당이 공동의 이익이 없기 때문에 양보하고 협력하고 조정하는 협치의 기본 3대 요소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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