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핏빛 유혹, 회전문이 돈다 '마마, 돈크라이'
때론 달콤하고 때론 강렬한 음악 명불허전
갈수록 마니아 증가, 창작공연의 좋은 예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온 드라큘라 백작은 1987년 작가 브램 스토커(1847~1912·아일랜드)의 소설을 통해 본격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토커는 15세기 실재했던 루마니아의 왈라키아 대공인 블라드 5세의 이야기를 참고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어린 시절부터 사람 죽이기를 즐겼던 블라드 5세는 루마니아어로 '악마의 아들'이란 뜻의 '드라쿨레아'로 불렸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바로 이 전설의 주인공 드라큘라 백작을 무대 위로 불러낸다.
단 두 명의 배우가 100분간 24곡의 넘버를 소화하며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마마, 돈크라이'는 배우의 개성과 역량이 최대한으로 드러나는 2인극 뮤지컬이다.
천재 과학자이자 사랑이 두려운 존재 프로페서V는 드라큘라 백작의 사악한 이미지가 그의 치명적 매력을 시샘한 자들에 의해 왜곡돼 왔다고 굳게 믿는다. 그리고 그 매력을 얻기 위해 타임머신을 개발해 과거로 날아간다.
무대 위에 등장한 드라큘라 백작은 프로페서V의 믿음대로 누구도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의 손길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익숙한 소재지만, 은유적이고 시적인 가사, 그리고 수시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제의 혼동이 많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낸다. 사전에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습득한 후 관람하면 재미가 배가 된다.
이번 공연은 대체로 삼연의 좋은 점을 모두 가져왔으며, 안무 구성 배우들의 연기 디테일이 더 꼼꼼해졌다. 오리지널에 뉴캐스트까지 합류하면서 안정감과 신선함이 돋보인다. 그만큼 회전문 관객들도 더욱 늘었다.
귀에 착착 감기는 록음악의 향연이 끊임없이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며, 코앞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열연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특히 근래 창작뮤지컬 가운데 가장 매혹적이고 중독성 강한 음악은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힘이자, 뮤지컬로서 롱런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프로페서V'는 독특한 편곡과 재기발랄한 멜로디가 돋보인다.
'하프 맨 하프 몬스터'와 '달의 사생아'는 비참한 파멸로 내몰리는 프로페서V의 방황을 효과적으로 그렸으며, '피티 데이트'와 '나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는 결혼식 축가로도 어울릴 만큼 감미롭고 달콤하다. 중간 중간 더해지는 '은하철도 999'와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Billie Jean)'은 관객들의 흥을 돋운다.
'마마, 돈 크라이'를 관람한 관객들이라면 극장 문을 나서며 뮤지컬 넘버를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배우들의 조합도 훌륭하다. 송용진, 허규, 최재웅, 박영수, 김호영, 강영석(이상 프로페서V), 고영빈, 김재범, 임병근, 이충주, 이창엽(이상 드라큘라 백작) 등 이미 관객들로부터 든든한 신뢰를 받는 배우들은 이번 공연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송용진은 파워 넘치는 보컬과 땀에 흠뻑 젖은 채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진한 감동을 준다. 초연부터 '프로페서 V'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 꼽힌 허규는 감미로운 미성에서 터져 나오는 샤우팅이 압권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층 더 여유롭고 절제된 창법이 돋보인다.
드라큘라 백작 역을 맡은 배우들은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불가피하다. 더 여성적이고 차가운 이미지, 그리고 강력한 카리스마까지 동시에 내뿜는 드라큘라 백작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편, 매 시즌마다 새로운 흥행기록을 세운 '마마, 돈크라이'는 2015년 세 번째 공연에서 4회 이상 관람자 550여명, 재관람율 79%의 폭발적 호응을 이끌어내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2013년, 2010년 시즌에도 중소형 뮤지컬 흥행작 중 하나로 손꼽힌 바 있다.
'마마, 돈크라이'는 천재 물리학자 프로페서V가 타임머신을 타고 불멸의 삶을 사는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 뱀파이어가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8월 28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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