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통제수단으로 악용하면 '민간사찰'
김상겸 교수 "'김영란법' 적용대상 지나치게 광범위...과잉입법"
박주희 실장 "민간 영역에 대한 지나친 공법 지배력 우려"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고자 제정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사립학교 임직원·사학재단 이사진·언론인 등 민간인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자칫 광범위한 통제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김영란법, 이대로 시행해도 괜찮은가’라는 제하의 토론회에서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지적하며 민간 영역에 대한 자유를 침해하는 등 광범위한 통제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학과 언론 등 실질적으로 공직수행자들이 아닌 민간 영역이 해당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는 지적이다. 부패는 공공분야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민간영역에서 발생하는 비리는 해당 법이 아닌 특별형사법으로 해결해야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사립학교 임직원은 국·공립학교의 임직원과 동일한 신분보장과 권한을 갖지 않고,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에도 사립학교법상 국공립학교의 교원에 준한 신분상 지위를 갖지만, 공무를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신분상 교육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를 갖는다고 해도 공무원은 아니며, 교육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지만 공무원의신분으로 공직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언론인의 경우 방송법이나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라 정부가 전액 출자한 한국방송공사(KBS)나 한국교육방송공사(EBS)는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타 방송국이나 신문사의 경우 언론의 자유를 고려했을 때 언론 관련법에 따른 자체 징계와 형사법의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인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되면 자칫 외형적으로 언론기관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민간 영역에 대해 광범위한 제한을 가하는 통제수단이 될 수 있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날 토론자로 함께 참석한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도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민간인이 포함되면서 “민간 영역에 대한 공법의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보탰다.
박 실장은 “(김영란법으로) 수사기관이 지나친 재량권을 휘두른다면 민간영역에 대한 공법의 지배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자율성이 보장돼야 할 민간영역과 국민의 사적인 활동에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형벌권을 휘두르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와는 반대의 길을 걷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당 법이 시행되며 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을 밀착 미행해 성과를 얻으려는 ‘파파라치’ 수법까지 동원된다면 신종 민간사찰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조직 내에서 동료를 감시하고,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상대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감시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김영란법’에 민간보다 “오히려 수많은 이해관계 중심에 있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출직을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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