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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정진석의 "전화 걸지 마, 나 정말 죽겠어"


입력 2016.05.26 07:01 수정 2016.05.26 07:07        고수정 기자

<기자수첩> 빈번한 연락 두절·회동 일부에만 공개...이러니 '밀실' 욕먹는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과의 3자회동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공식 회의도 없고, 전화도 안 받고, 그런 상황에서 그런 보도가 터지면 의도적이라는 얘기밖에 안 나오지 않느냐.”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곳은 다름 아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 정진석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예고도 없던 티타임을 열면서 많은 수의 새누리당 출입 기자가 뒤늦게 모이는 일이 벌어졌다. “다음엔 다 모아서 할게. 미숙해서 그래. 다음부턴 내가 공개적으로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 하겠다”며 입을 연 그는 단순한 티타임 형식의 대화가 아닌 전날 알려진 ‘3자 회동’과 관련해서 자신의 입장을 구구절절 설명했다. 전날 오후부터 이어진 새누리당의 ‘핫 이슈’였다.

기자들이 분통을 터뜨린 지점은 ‘전화 통화’ 내용에서였다. “기자 분들 전화 걸어줘서 고마운데 거짓말 하나 없이 하루에 80통 이상 온다. 나는 아무 것도 못한다. 대표 기자 몇 분만 전화해 달라”고 말하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지만, 이어진 “하루에 한 분만 전화해줘. 나 정말 죽겠어”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기자들의 원성이 빗발쳤다. ‘전화를 안 받을 거면 시간을 정하고 매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라’ ‘전화를 받지 않으니 물어볼 틈이 없지 않느냐’ 등의 말들이 정 원내대표를 향했다.

실제 그는 전화를 잘 받지 않기로 기자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다. 당 내 주류의 반발로 자신의 입지가 흔들렸던 지난 18일, 급작스럽게 ‘칩거 모드’에 돌입한 날을 제외하더라도 지난 3일 원내대표 당선 이후 그가 전화를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일부 언론 보도에 ‘정 원내대표는 통화에서’라는 문장이 실리면 일각에서 ‘언론사를 가려서 전화 받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나름대로 시간 날 때마다 리턴콜 하는데 다 못하니까 (여러분이) 섭섭할 수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나도 여러분 선배지만 여러분 편의 위주로 할게”라고도 했다.

정 원내대표가 말했듯 그는 언론사 선배다. 누구보다 정치부 기자의 생리를 잘 알고, 취재의 어려움도 간파하고 있다. 기자회견 혹은 티타임을 열 때마다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내용이다. 하지만 빈번한 연락 두절은 물론 대부분의 티타임을 공지 없이 즉석에서 일부 기자들만 모아놓고 진행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정 원내대표의 ‘연락 두절’이 의도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정도다. 전날 열린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과의 3자 조찬 회동을 두고서다. 보통 당은 중차대한 일이 있을 때 여는 회동의 경우 일정을 미리 공지하거나 통상 모두발언까지는 공개한다. 이는 새누리당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 3자 회동의 일정을 알리지 않은 것은 물론 정 원내대표가 회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 기자들과 만났음에도 회동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긴 시간 동안 이야기가 전혀 흘러나오지 않다가 오후 늦게 일부 언론을 통해 내용이 공개됐다.

“공식 회의도 없고 전화도 안 받고 그런 상황에서 그런 보도가 터지면 의도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느냐. 우리 어제 이거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회동 내용과 관련해서도 참석자 세 명의 주장이 차이를 보이면서 합의 하루 만에 ‘밀실 회동’ ‘야합’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정 원내대표는 “아직 미숙해서 그렇다”라는 말로 갈음했다. 하지만 언론과의 소통 면에서 미숙하다고 하기엔 그는 기자 출신이다. 또한 개인도, 한 명의 국회의원도 아닌 당의 유일한 지도부다. “원내대표실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으니 제발 좀 저를 만나러 와 주셨으면 좋겠다. 오시기 바쁘면 전화라도 걸어 달라”고 한 그의 말은 동료 의원, 혹은 정치인들에게만 해당되는 듯하다. 정 원내대표는 3주 전 취임 일성으로 ‘소통’을 강조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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