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만 먼저 뽑자'는 국민의당, 의도는?
한발 빠른 아젠다 세팅으로 이슈몰이?
'국민의당 무용론' 선제적 대처 해석도…
한발 빠른 아젠다 세팅으로 이슈몰이?
'국민의당 무용론' 선제적 대처 해석도…
20대 국회 법정개원일인 7일, 전날까지 지지부진했던 원구성협상이 국민의당의 '의장 선(先)선출' 제안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국민의당의 제안에 더불어민주당은 '수용'을, 새누리당은 '' 입장을 밝힌 가운데 그동안 한 발 물러선듯한 모습을 보이던 국민의당의 제안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7일 일제히 새누리당과 더민주 양당에 '의장 후보를 내놓으라'며 압박에 나섰다. 그동안 협상의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조용히 거대 양당의 싸움을 지켜보던 모양새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보도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 먼저 내일(7일)까지 각 당의 국회의장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며 "그런 뒤 본회의 투표로 (국회의장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안 대표는 그 이유로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한꺼번에 협상하려고 하면 문제가 안 풀리니 일단 의장부터 선출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지원 원내대표와 장시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새누리당에서는 2명이, 더민주는 5명이 (의장 후보로) 나온다"면서 "일단 의장만 선출이 되면 원구성은 되니, 그 이후 부의장을, 그 이후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면 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 인터뷰의 연장선이다. 이어 "국민은 의장과 상임위원장이 누가 될 것인지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국민의당의 '제안'에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고 분석한다. 지각 개원이 확정적인 상태에서 '의장'이라도 먼저 뽑자는 일종의 '아젠다'를 던지면서 총선 직후 지속적으로 떨어진 당 주목도를 끌어올리는 이슈몰이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또한 "4·13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民意)는 싸우지말고 제발 일 좀 하라는 것"이라며 "우리 당이 교섭단체, 캐스팅보트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공언해온 국민의당으로서는 법정개원일 미준수 자체가 '타격'이라는 비판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되기한다. 벌써부터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이 생기면 국회가 잘 굴러갈 것처럼 하더니만 오히려 협상당사자만 하나 더 생겼을뿐 정국의 답답함은 그대로다"라며 '국민의당 무용론'을 주장하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당의 '의장 선선출' 제안에 더민주는 잠시 지도부간 혼선을 빚다 대변인을 통해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당 의원총회 직후 연 브리핑에서 "국민의당의 제안인 여야 합의로 국회의장을 자유투표해서 선출하자는 의견에 대해 '4.13 총선 민의를 존중하여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 그 방법으로 원 구성 시한을 지키고 소모적 논쟁을 없애기 위해 국민의 당이 제안한 국회의장 자유투표 제안을 받아들인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 원내대변인의 브리핑에 앞서 우상호 원내대표는 '긍정'의 반응을, 김종인 비대위대표는 '부정'의 반응을 나타냈었다.
반면 새누리당 입장으로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당직자는 "현충일인 6일도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실무 당직자들이 출근해 협상을 이어온 마당에 갑자기 한순간 협상과 상관 없이 '의장부터 선출하자'는 말이 어딨느냐"고 말했다. 이어 "의장 후보를 하루만에 덜컥 뽑는 것도 웃기지만, 뽑아서 더민주 의장후보와 붙는다고 한들 누가 당선될지는 뻔한 것 아니냐. 법정기일 당일 벌이는 쇼"라고 평가절하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박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협상의 내용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원내수석실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6일 3당 수석들은 협상과정에서 오갔던 얘기들 중 일부만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협상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것에 공감해 구체적인 합의전까지는 협상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하고 "합의한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라고 말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어제 저와 접촉을 통해 (의장을 새누리당이 맡는다면) 예산결산위원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함께 내놓겠다"고 소개했다. 이어 "더민주는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지만 김종인 대표께서는 자율투표는 말도 안된다고 하셨다는데 사실이라면 원구성은 난감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3당 원내대표는 만남을 예정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당이 제안한 '의장 선선출' 문제는 물론 전반적인 원구성협상에 대한 조율이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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