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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의 '일괄복당 쿠데타' 누가 주도했나


입력 2016.06.16 20:39 수정 2016.06.16 21:01        고수정 기자

무기명 투표로 결정 몇시간 안돼 친박계 강력 반발

"청와대와 교감 없었다"…김희옥 거취 고심중 '파행'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탈당 무소속의원들에 대한 일괄 복당 결정으로 복당이 확정된 유승민 의원이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들으며 미소를 짓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이 16일 유승민·윤상현 의원 등 친여 성향 무소속 7명의 ‘일괄 복당’을 결정했지만, 청와대와 친박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그야말로 혼돈 상태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론을 의식해 일괄 복당을 결정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천 파동이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결정을 유보하거나 선별적 복당을 허용했다가는 더 큰 역풍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 때문에 비대위가 고스란히 당 내 역풍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유승민·윤상현·안상수·강길부·주호영·이철규·장제원 등 7명에 대해 일괄 복당을 결정했다. 해당 결정은 김희옥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11명의 비대위원이 무기명 투표로 결정해서 이뤄졌다. 유승민·윤상현·안상수·강길부 등 4명 의원은 이미 복당 신청을 한 바 있어 바로 당으로 복귀했다.

유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당에서 복당을 결정해줬는데 당 결정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당에 돌아가서 국민에 희망을 드리고 당에 대한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민이 원하는 당의 개혁, 또 화합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도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조금 전 사랑하는 인천 남구을 주민여러분께 복당인사를 드리기 시작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족한 내게 복당 결정을 내려준 당에 감사드린다”며 “국민의 행복, 인천 남구의 발전, 새누리당의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을 위해 온몸을 던져 헌신할 것”이라고 했다.

아직 복당을 신청하지 않은 주·이·장 의원도 조만간 복당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이들이 복당을 신청하면 즉시 승인할 방침이다.

새누리당이 이들 모두를 일괄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이유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기적 특성이 작용했다고 분석된다. 복당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데에 있어 당과 모든 후보에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여론이 악화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출범 열흘이 넘도록 ‘혁신’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들은 만큼 혁신의 시금석인 복당을 통해 이러한 분위기도 극복한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지상욱 대변인은 일괄 복당 결정 직후 브리핑을 열고 “당 통합과 화합을 이루라는 4·13 총선의 민의를 받들고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결정했다”며 “혁신비대위는 복당 문제 해결이 당 쇄신과 혁신을 위한 출발점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16일 본보와 통화에서 “비대위가 혁신과 관련 없는 엉뚱한 결정만 내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감추기 위해 이러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초 당 안팎에서는 ‘총선 민의 수용’이라는 표면적 이유보다는 드러나지 않는 진짜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는 당, 특히 친박계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선 후보 옹립을 위해 충청포럼 회장인 윤 의원이 반 총장과 친박계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도를 반영했을 거라는 것이다.

또한 당권 확보, 박근혜 대통령의 안정적인 후반기 국정 운영의 동력을 위해서라도 ‘복심’으로 불리는 윤 의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이를 뒷받침했다. 이 때문에 유 의원을 받아들임으로써 화합의 모양새를 취하고, 윤 의원의 복당을 수월하게 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차기 당권·대권 주자로 꼽히는 유 의원의 영향력을 의식해 행보를 사전에 차단했을 거라는 말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본보에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분명 당이 안정되기 전까지 유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는 것이었다”며 “당이 갑자기 놀라운 묘수를 두게 된 것은 친박계가 유 의원에게 전당대회 나가지 않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와 무언가 논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하지만 이 같은 다양한 해석은 보기 좋게 빗겨나갔다. 비대위가 청와대와 의견을 조율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 청와대와 친박계가 일괄 복당 결정 몇 시간 뒤 조직적으로 반발하면서다. 친박계는 비대위의 쿠데타라고 힐난했다. 17일 오후로 예정됐던 당정청 고위급 회의도 취소됐다.

김진태 의원은 본보와 통화에서 “총선 민심은 ‘새누리당이 집안싸움을 그만하고 단합하라’는 것인데 생각이 전혀 다른 분이 들어오면 오히려 단합하기가 어렵다. 더 분란만 커진다”며 “총선 참패의 원조 진앙지인 유 의원이 사과 한 마디 없이, 화합하겠다는 약속도 없이 복당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유 의원이 사과를 해야 하고, 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도 “일부 혁신비대위원들이 비밀리에 작전을 실시하고 쿠데타를 하듯 복당을 밀어붙였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아주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복당 문제를 비대위에서 결정 한 것”이라며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는 내가 연락했다. 이렇게 결정이 나도 되나 할 정도로 놀랄 정도로 빨리 됐다”고 반박했다. 김영우 비대위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대위원 전원 합의에 의한 민주적인 절차에 따른 결과였다”며 “오늘(16일) 결과는 그 내용을 떠나서 비대위 개개인 양심과 양식의 결과라 생각한다. 쿠데타라는 용어까지 나오지만 혁신비대위로서는 정말 혁신을 위해서 할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파장이 커지자 거취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인 김선동 의원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위원장이 (반발 분위기 속에서) 비대위 회의를 주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퇴를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일단은 그런 쪽으로 생각하는 모양새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친박계의 거센 반발로 김 위원장의 거취는 물론 비대위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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