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국회 열겠다더니...시작부터 청문회만 줄줄이
야 "서별관회의 등 5대 청문회 해야" 여 "스크린도어만 가능"
야당 내부서도 "청문회가 능사 아냐...'또 싸운다'는 국민적 실망 불러올 수도"
정치권이 ‘민생 국회’를 강조하며 20대 국회 문을 열었지만, 시작부터 청문회 정국에 휩싸이며 씨름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조선·해운 구조조정과 관련한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 등 5대 청문회 실시를 요구하자, 새누리당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청문회를 열어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압박하면서다.
앞서 야 3당은 구조조정 문제를 비롯해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한 전관 예우·현관 개입 등 법조비리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 △가습기 살균제 진상 규명 △백남기 농민 물대포 사건에 대해 해당 상임위원회별로 청문회를 추진키로 결의했다. 특히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의 경우, 단순히 회의 개최 여부에 국한되지 않고 조선해양업계의 전반적인 구조조정과 관련한 책임 문책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더민주에선 정무위원회 소속 위원들을 중심으로 대우조선해양과 KDB 산업은행 등에 자료를 요청하는 등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이를 토대로 오는 27일로 예정된 소관기관 업무보고에서 해당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공세를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 대한 청문회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메피아’ 문제에 대한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사실상 박 시장이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 만큼 여야가 개원 초기부터 또다시 주도권 싸움에 함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생 현안에 대한 법적 공조나 실제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대신, 청문회를 둘러싸고 ‘정치적 거래’만 난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새누리당에선 백남기 농민 물대포 사건 정도로 협상의 마지노선을 긋는 모습이다.
원내 관계자는 “수석들이 정리를 좀 하지 않겠나”라며 “가습기는 하는 거고, 백남기 농민 문제도 우리가 피해 갈 필요는 없다. 시위를 하는데 경찰이 일부러 그 분만 집중적으로 쏘라는 지시를 했을 리도 없고, 만약에 과잉진압을 했다면 문제인 것은 맞지만 당이 굳이 그걸 피할 건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서별관회의 문제에 대해선 “집권여당이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의 일부를 청문회 대상으로 올려놓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더민주 한 초선 의원은 "정무적으로 여야 간 무엇을 하고 안할지 협상을 할 것 같더라"고 운을 뗀 뒤, "부실기업 구조조정 문제는 당 차원에서 반드시 다뤄야하는 건 맞다”면서도 “민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대로 된 법안을 내는 게 가장 중요하고 급한데, 구조조정 청문회 등등 다른 문제들을 공부하느라 너무 바쁘다”고 토로했다. 또 "법안 발의에 집중을 하고 싶지만 혼자서만 법안에 열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도 했다.
수도권 지역 중진 의원도 청문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주도권을 쥐는 것은 필요하지만 모든 상임위가 청문회 개최 여부에만 집중이 되면, 자칫 국민들이 볼 때 '또 싸우는구나'라는 실망감과 분노를 안겨줄 수 있다"며 "당이 모든 이슈를 청문회로만 몰고가는 것은 지양해야한다. 국민들이 야당에 원하는 건 정부 불러서 마냥 호통치는 게 아니라 민생문제에 필요한 좋은 법안을 발의해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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