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당권 놓고 고심하는 최경환, 대권 노리나


입력 2016.06.30 07:56 수정 2016.06.30 07:59        문대현 기자

총선 참패 두고 부정적 여론에 쉽사리 결정 못 내리는 모양새

"'반기문카드' 검증 문턱 못넘을시 직접 나설 심산" 전망도

최경환(가운데)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정책 워크숍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의 고심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차기 지도부를 뽑는 8.9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두고서다. 친박계와 비박계 간 당권 다툼 구도가 명확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 의원이 무얼 갖고 장고를 거듭하는지, 최종 선택은 어떻게 할 지에 대해 여러 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의원의 전대 출마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친박 핵심'의 최 의원이 당권을 잡아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뒷받침 할 거라는 관측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정가에서는 이미 친박계 주자로 최 의원이 나설 거라는 것을 기정 사실화했고 그를 상대할 비박계 후보에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지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공천 파동 등 심각한 계파 갈등을 겪으며 참패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총선 참패의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최 의원이 당권을 잡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한 의견이 제기됐다. 꾸준히 이어진 이 의견은 최근까지도 나타났다.

비박의 황영철 의원은 지난 27일 'PBC 라디오'에 출연해 "구체적으로 내가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분은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왔다. 이 분들이 출마해 더 안 좋은 결과를 받으면 개인적으로도 많은 명예손상을 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최 의원과 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황 의원은 "지금은 이 분들이 책임있게 뒤로 물러 앉아서 새 인물들이 당을 변화시킬 수 있게 만드는 데 동력이 돼 줬으면 좋겠다"며 "국민들이 그런 모습을 보면 '아, 새누리당은 책임질 줄 아는 사람들이 모인 당이다'라고 판단하는 등 신뢰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앞선 26일 한 매체는 친박계 의원들의 입을 빌어 최 의원이 전대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여의도에서는 친박 색채가 강한 최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 맞이하게 될 당 안팍의 부정적 여론에 부담을 느껴 느린 판단이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잇따랐다. 또한 이주영, 이정현, 홍문종, 원유철 등 다수의 친박계 의원들이 출격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져 최 의원이 친박계의 표가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는 분석도 있었다.

최 의원 측은 당장은 부인했다. 최 의원 측은 언론에 "(전당대회 출마 관련)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 의원 본인은 출마에 뜻을 두고 있지 않지만 주변에서 계속 권유가 있는 상황이며 입장이 정해지면 따로 말을 하겠다는 것이다.

당장은 누구도 최 의원의 출마와 불출마를 단정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과 청와대의 입장에선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원만한 당청 관계를 이끌어가기 위해선 최 의원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면에서 그의 등판을 바라지만 현 정권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최 의원이 등장이 국민들에게 곱게 비춰질 리 없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더불어 최 의원의 입장에선 만에 하나 전대에서 떨어질 경우 본인과 친박계는 물론 박 대통령의 위상까지 추락하는 것도 감안해야 하기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최경환의 장고, 대선 출마와 연관되나?

전대 출마를 앞두고 최 의원의 장고가 길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그가 당권을 내려놓는 대신 대권을 준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했다. 총선 패배 이후 여권의 뚜렷한 차기 주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로 여겨졌다.

최근 여권에서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대망론이 점점 거세지는 추세다. 반 총장은 최근 방한 일정에서 사실상 대권에 도전할 뜻을 밝혔고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그가 상위권을 선점하고 있는 상태다.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인기가 다소 시들해진 상황에서 반 총장을 향한 환호는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친박계에서 반 총장을 미는 형국이다.

그러나 대선을 준비하는 반 총장의 입장으로선 정무 경험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또한 자신의 세력이 없다는 것도 반 총장으로서는 쉽사리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때 반 총장이 대선을 앞두고 미끄러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가에선 최 의원이 반 총장 카드 실패를 대비해 대선 출격을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돈다. 친박계로서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반 총장이 무너진다면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대선 주자로 불리던 김 전 대표나 오 전 시장이 모두 비박계로 분류된다는 점은 친박계가 더욱 경각심을 가질만한 부분이다.

정가 사정에 능통한 한 인사는 "최 의원이 지금 당권 쟁취를 놓고 말이 많은데 최 의원으로서는 여러 고려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본인이 당권에 나섰다가 만약 엎어진다면 친박 뿐 아니라 박 대통령 레임덕이 조기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의 대선 출격이 유력한 상황에서 만약 그가 미끄러졌을 때를 친박계로서는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최 의원이 이 부분까지도 고려하고 본인이 반 총장을 대신해 대선에 뛰어드려 한다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추측했다.

다른 정치권의 한 인사도 "최 의원이 지금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은 본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함과 동시에 어떤 결정이 본인과 친박계를 위한 것일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나는 최 의원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당권을 잡는 것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권 출마를 예고했다.

이 말이 현실화 돼 만약 최 의원이 친박계 주자로 대선 경선 레이스에 뛰어든다면 비박계의 굵직한 후보들과 본선에 버금가는 큰 싸움을 벌이며 화제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문대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