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놓고 고심하는 최경환, 대권 노리나
총선 참패 두고 부정적 여론에 쉽사리 결정 못 내리는 모양새
"'반기문카드' 검증 문턱 못넘을시 직접 나설 심산" 전망도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의 고심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차기 지도부를 뽑는 8.9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두고서다. 친박계와 비박계 간 당권 다툼 구도가 명확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 의원이 무얼 갖고 장고를 거듭하는지, 최종 선택은 어떻게 할 지에 대해 여러 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의원의 전대 출마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친박 핵심'의 최 의원이 당권을 잡아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뒷받침 할 거라는 관측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정가에서는 이미 친박계 주자로 최 의원이 나설 거라는 것을 기정 사실화했고 그를 상대할 비박계 후보에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지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공천 파동 등 심각한 계파 갈등을 겪으며 참패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총선 참패의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최 의원이 당권을 잡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한 의견이 제기됐다. 꾸준히 이어진 이 의견은 최근까지도 나타났다.
비박의 황영철 의원은 지난 27일 'PBC 라디오'에 출연해 "구체적으로 내가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분은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왔다. 이 분들이 출마해 더 안 좋은 결과를 받으면 개인적으로도 많은 명예손상을 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최 의원과 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황 의원은 "지금은 이 분들이 책임있게 뒤로 물러 앉아서 새 인물들이 당을 변화시킬 수 있게 만드는 데 동력이 돼 줬으면 좋겠다"며 "국민들이 그런 모습을 보면 '아, 새누리당은 책임질 줄 아는 사람들이 모인 당이다'라고 판단하는 등 신뢰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앞선 26일 한 매체는 친박계 의원들의 입을 빌어 최 의원이 전대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여의도에서는 친박 색채가 강한 최 의원이 당권을 잡을 경우 맞이하게 될 당 안팍의 부정적 여론에 부담을 느껴 느린 판단이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잇따랐다. 또한 이주영, 이정현, 홍문종, 원유철 등 다수의 친박계 의원들이 출격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져 최 의원이 친박계의 표가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는 분석도 있었다.
최 의원 측은 당장은 부인했다. 최 의원 측은 언론에 "(전당대회 출마 관련)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 의원 본인은 출마에 뜻을 두고 있지 않지만 주변에서 계속 권유가 있는 상황이며 입장이 정해지면 따로 말을 하겠다는 것이다.
당장은 누구도 최 의원의 출마와 불출마를 단정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과 청와대의 입장에선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원만한 당청 관계를 이끌어가기 위해선 최 의원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면에서 그의 등판을 바라지만 현 정권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최 의원이 등장이 국민들에게 곱게 비춰질 리 없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더불어 최 의원의 입장에선 만에 하나 전대에서 떨어질 경우 본인과 친박계는 물론 박 대통령의 위상까지 추락하는 것도 감안해야 하기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최경환의 장고, 대선 출마와 연관되나?
전대 출마를 앞두고 최 의원의 장고가 길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그가 당권을 내려놓는 대신 대권을 준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했다. 총선 패배 이후 여권의 뚜렷한 차기 주자가 사라진 상황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로 여겨졌다.
최근 여권에서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대망론이 점점 거세지는 추세다. 반 총장은 최근 방한 일정에서 사실상 대권에 도전할 뜻을 밝혔고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그가 상위권을 선점하고 있는 상태다.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인기가 다소 시들해진 상황에서 반 총장을 향한 환호는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친박계에서 반 총장을 미는 형국이다.
그러나 대선을 준비하는 반 총장의 입장으로선 정무 경험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또한 자신의 세력이 없다는 것도 반 총장으로서는 쉽사리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때 반 총장이 대선을 앞두고 미끄러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가에선 최 의원이 반 총장 카드 실패를 대비해 대선 출격을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돈다. 친박계로서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반 총장이 무너진다면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대선 주자로 불리던 김 전 대표나 오 전 시장이 모두 비박계로 분류된다는 점은 친박계가 더욱 경각심을 가질만한 부분이다.
정가 사정에 능통한 한 인사는 "최 의원이 지금 당권 쟁취를 놓고 말이 많은데 최 의원으로서는 여러 고려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본인이 당권에 나섰다가 만약 엎어진다면 친박 뿐 아니라 박 대통령 레임덕이 조기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의 대선 출격이 유력한 상황에서 만약 그가 미끄러졌을 때를 친박계로서는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최 의원이 이 부분까지도 고려하고 본인이 반 총장을 대신해 대선에 뛰어드려 한다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추측했다.
다른 정치권의 한 인사도 "최 의원이 지금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은 본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함과 동시에 어떤 결정이 본인과 친박계를 위한 것일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나는 최 의원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당권을 잡는 것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권 출마를 예고했다.
이 말이 현실화 돼 만약 최 의원이 친박계 주자로 대선 경선 레이스에 뛰어든다면 비박계의 굵직한 후보들과 본선에 버금가는 큰 싸움을 벌이며 화제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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