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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종료' 북 인권지킴이 다루스만이 아니었다면...


입력 2016.07.04 09:48 수정 2016.07.04 10:17        박진여 기자

반인도범죄자 처벌 위해 COI 설립 등 제도적 장치 마련

북 인권단체들 "북 반인도범죄, 국제적 중대범죄 명시"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온 마루즈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임기가 7월 11일 마무리된다.(자료사진) ⓒ연합뉴스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온 마루즈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임기가 7월 11일 마무리된다. 그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와 탈북민, 이산가족 문제 등 인권문제 전반에 폭넓게 관심을 가지고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힘써왔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직은 북한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 방안을 권고하는 자리로 지난 2004년 유엔 인권위원회(현 인권이사회) 결의로 설치됐다. 임기는 1년으로 최장 6년까지 연장할 수 있어 최초 특별보고관이었던 태국 출신의 비팃 문타폰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역임했고, 뒤를 이어 인도네시아 출신인 마르주키 다루스만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임기를 수행했다.

7월 말 임기를 앞둔 다루스만 보고관은 그간 북한 내 인권 침해자들인 반인도범죄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 책임을 물을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과거 인도네시아 검찰총장 출신인 그는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 실태에 대한 고발·규탄을 넘어 반인도범죄를 자행한 자들에게 실질적인 책임을 묻기 위해 형법적 측면에서 국제법·북한 실정법에 근거한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엔 차원의 첫 북한 인권 조사기구인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직접 COI 위원으로 활동하며 북한 내 인권 침해 실태를 파악하는데 앞장섰다. 실제 COI는 지난 2014년 2월 북한 내 주민들의 인권침해 상황을 조사·분석한 보고서를 발간, △정치범수용소에 의한 침해 △고문과 비인간적 처우 △자의적 체포 및 구금 △차별 △표현의 자유 침해 △식량권 침해 △생명권 침해 △이동의 자유 침해 △외국인 납치를 포함한 강제적 실종 등 총 9개 인권 침해 항목을 정리해 북한 내부 인권 실태와 개선 여부 등을 조사해오고 있다.

또 최근에는 북한 반인도범죄 책임자를 규명·처벌하기 위한 구상으로 국제법 전문가로 조직된 유엔 차원의 전문가 패널 구성을 제안해 활동하기도 했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지난해 10월 열린 유엔총회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실질적 조치의 하나로 이를 제안했고,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3월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를 법정에 세우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하고 ‘북한인권 책임규명 전문가 패널’을 표결 없이 채택한 바 있다.

이처럼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온 다루스만 보고관은 국내 북한인권단체들 사이 열정적이고 성실한 ‘행동파’로 평가된다. 실질적 책임규명을 위한 COI 설립과 이와 관련한 각종 활동은 물론, ICC 회부 조항 삭제를 조건으로 방북을 허가하겠다는 북한의 제안을 거절한 일 등은 북한 인권에 대한 그의 소신과 열정을 짐작케 한다는 설명이다.

그와 함께 북한인권 활동을 해온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사무국장은 1일 본보에 “문타폰 보고관이 북한인권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면, 다루스만 보고관은 이에 더해 북한 인권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검찰총장 출신인 만큼 날카로운 법적 지식과 강인한 의지로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활동들을 전개하며 북한인권이 ‘인권유린’을 넘어 국제적 ‘중대범죄’임을 인식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COI를 설립해 북한 인권 침해 상황이 국제적 중대범죄임을 명시하고 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전개하는 등 북한 인권 개선에 핵심적 기여를 해왔다”면서 “임기를 마치면서도 이 같은 노력을 계속 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을 별도로 설립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창구를 만든 것은 그가 얼마나 치밀하고 예리한 전략가인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도 이날 본보에 “북한 내 인권 침해 문제 관련 COI 보고서가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면서 “북한 내부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북한 인권 문제를 중대 범죄로써 인식하게 하고, 인권 침해를 자행한 책임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을 크게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ICC 회부 조항을 일부 삭제하는 조건으로 방북을 제안한 북한의 ‘뒷거래’를 단박에 거절한 일화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그의 소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광일 북한정치범수용피해자가족협회(노체인) 대표는 본보에 “2014년 북한 당국이 ICC 회부 조항을 빼주는 조건으로 다루스만 보고관에게 방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때 방북 여부와 상관없이 강경한 태도로 본인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면서 “끝내 북한의 요구를 거절하고 방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북한 인권 상황 개선에 힘써온 다루스만은 특별보고관으로서 임기를 마친 뒤에도 이를 위한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그는 임기가 끝나는 11일 북한 인권 관련 최고 권위자들로 구성된 ‘북한인권 현인그룹’(The Sages Group on North Korean Human Rights) 창립 멤버로 참여하게 된다.

‘현인그룹’은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를 중심으로 비팃 문다폰 전 유엔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 소냐 비세르코 전 COI 위원,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 등이 포함됐다. 앞으로 유엔 총회 기간과 유엔 인권이사회 개최 기간 등에 맞춰 매년 2~3회 서울과 뉴욕, 제네바 등지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종합해 그룹 명의로 유엔과 관련 주요국에 권고안을 발표하게 된다.

한편, 다루스만 보고관의 후임은 6월 13일부터 7월 1일까지 열리는 32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다루스만 보고관의 후임으로 아르헨티나 출신의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전 유엔 미얀마인권특별보고관이 내정됐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1945년생으로 인니 반둥 소재 빠라양안 카톨릭대학 졸업했다. 이후 국회의원, 인니 국가위원회 위원장, 검찰총장, 아세안 인권기구 아세안 실무그룹 공동의장, (주)Freeport Indonesia 상임고문 등을 거쳐 2010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임명됐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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