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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인 적토마 이병규, 리빌딩 피해자?


입력 2016.07.05 14:07 수정 2016.07.06 10:27        데일리안 스포츠 = 케이비리포트팀
종아리 부상으로 1군 복귀가 무산된 적토마 이병규 ⓒ 연합뉴스

LG 팬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적토마’ 이병규의 1군 콜업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종아리 근육 파열이 확인된 이병규는 지난달 21일 SK와의 퓨처스리그(2군) 출전을 끝으로 현재 재활 중에 있다.

이병규는 부상 직전까지 석 달간 2군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었다. 타율 0.408 3홈런 25타점 게다가 OPS는 1.006에 이르렀다. ‘살아있는 전설’을 가둬두기에 퓨처스리그는 좁은 우물이었다.

하지만 이병규는 끝내 부름을 받지 못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모 매체를 통해 “유광 점퍼를 입은 6세 어린이 팬이 성인이 되기 전 우승해야 한다”는 우회적인 말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양 감독의 발언은 LG 팬들의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길게는 향후 14년의 시간을 두고 LG를 강팀으로 만들겠다는 뜻인데 KBO리그는 물론 30개팀으로 운영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렇게 긴 세월에 걸쳐 리빌딩하는 팀은 없다.

양상문 감독은 여기에 덧붙여 “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할 수 있는 이야기, 못할 이야기도 있다”고도 했다. 이병규를 1군으로 부르지 않는 데는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뉘앙스로 해석된다.

이병규 대신 1군 엔트리를 차지했던 선수는 서상우였다. 하지만 그는 타율 0.250 3홈런 11타점의 초라한 기록을 남긴 뒤 지난달 25일 1군에서 말소됐다. 포지션은 1루수였지만 수비 능력은 1군 실전에 나설 수 없는 수준이었다.

지명타자로는 박용택을 능가할 수 없었다. 대타로도 안착하지 못한 서상우는 끝내 1군에서 물러나야 했다. 당초 2군 경기에서 붙박이 1루수로 출전시켜 육성하는 방안이 나아보였다. 그렇게 서상우의 1군 육성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양상문 감독이 부임한 뒤 LG의 화두는 여전히 ‘리빌딩’이다. 하지만 LG가 리빌딩에 돌입하게 된 실질적 계기는 지난 시즌 하위권으로 추락한 뒤였다. 극도의 부진에 빠진 주축 선수들에 대한 양상문 감독의 지나친 믿음이 독이 되었기 때문이다. 양 감독이 선수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고 철저히 기량 위주로 기용했다면이라는 덧없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지난해 LG의 리빌딩은 양상문 감독의 자발적 결정이 아닌 원칙 없는 팀 운영이 야기한 수동적 결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양상문 감독은 2014시즌 초반 갑작스레 LG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그의 부임 후 젊은 선수들의 군 입대는 미뤄지게 된다. 오지환과 임정우는 물론 지난해 가능성을 보인 양석환과 안익훈도 입대하지 않았다.

양상문 감독의 말처럼 LG의 미래를 바라보고 리빌딩을 선택했다면 이들의 군 입대 결단이 바람직했다는 지적이다. 윤지웅, 정주현, 유강남 등 양상문 감독이 쏠쏠히 활용 중인 군필 자원들은 모두 전임 감독이 입대시킨 선수들이다.

양상문 감독의 이병규 외면은 2015시즌 무원칙한 운영과 달라 보이지만 맥락은 같다. 현재 시점에서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기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2군에서 많은 타자들이 1군에 콜업되었지만 이병규보다 좋은 기록을 보인 선수는 없었다.

쓸 만한 대타 요원조차 없는 LG 타선은 득점력 저하에 시달렸고 6월 들어 5할 승률이 무너지면서 본격적인 추락이 가속화됐다. 팀 타율 8위(0.283), 득점권 타율 9위(0.269), 대타 성공률 7위(0.240)의 LG가 이병규를 활용했다면 1점이 아쉬워 패하는 경기를 최소화시켰을 수도 있다. 가용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리빌딩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다.

이제 시즌은 중반을 넘어섰고, 42세 베테랑의 재활이 순조롭게 완료되더라도 1군 무대 등장은 9월 확장엔트리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게다가 그 시점에서 이병규가 부상 전 좋은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올해를 끝으로 FA 계약이 종료되는 이병규가 내년에도 핀스트라이프 입거나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다. 1997년 데뷔 후 15시즌 이상 LG를 위해 공헌했던 적토마가 마지막으로 불꽃을 태우길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씁쓸함과 공허함만이 교차되고 있다.

글: 이용선 / 정리 및 기록: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김정보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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