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운빨로맨스, 류준열만 남겼다
황정음 류준열 조합 대대적 홍보 속 혹평세례
신선한 설정 속 캐릭터-연기력 논란 인기하락
황정음 류준열 조합 대대적 홍보 속 혹평세례
신선한 설정 속 캐릭터-연기력 논란 인기하락
용두사미(龍頭蛇尾, 용 머리에 뱀의 꼬리란 말로 시작은 그럴 듯하나 끝이 흐지부지함).
MBC가 야심차게 선보인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가 결국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믿보황 황정음과 응팔 류준열의 조합'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 높은 기대를 모았지만 10% 넘는 첫회 시청률을 끝으로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다 결국 동시간대 꼴찌까지 주저않았다. ‘황정음’ ‘류준열’의 이름값에 비하면 처절한 성적표다.
사실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는 주연 배우들이 워낙 인기있는 스타들이다 보니 높은 관심 속 포문을 열었지만 첫 방송 이후 원작 팬들의 적지 않은 원성을 받았고, 특히 일부 출연진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연기력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게임회사 CEO 제수호 역의 류준열의 경우, 극 초반 ‘응답하라1988’의 김정환 캐릭터와 별반 다르지 않는 츤데레 모습에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극 후반으로 갈수록 달달한 멜로까지 선보이며 가능성을 높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면 운명을 믿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심보늬 역의 황정음은 전작들의 캔디형 캐릭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인물을 그려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물론 평가는 엇갈렸다. 독특한 설정의 남녀주인공 캐릭터에 따른 ‘운빨로맨스’에 높은 호감을 보낸 마니아층도 있고, 보면서도 어설픈 설정들에 비판 하는 시청자층도 있고, 아예 반감을 표하며 돌아선 시청자층도 있었다.
모든 드라마가 그렇 듯, 좋으면 보고 싫어하면 보지 않으면 된다. 때문에 시청률이 그 드라마의 인기의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중들의 일반적인 수치. 물론 몇몇 시청률 조사회사의 결과 발표에 ‘불신’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방송사도, 제작사도 ‘시청률’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운빨로맨스’는 분명 흥행에 실패했다. 6%대까지 추락한 성적표는 동시간대 시청자들이 얼마만큼 이 드라마에 관심을 표하고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일부 스타들을 좋아한다고 해서, 일부 스타들의 소속사와 친분이 있다고 해서 ‘6%’ 시청률을 ‘대박 드라마’라고, ‘히트작’이라고 억지 표현을 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시청률이 인기의 잣대가 될 수 없고, 작품성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매회 동시간대 드라마들의 시청률을 비교하고, 언론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어불성설(語不成說) 아닌가.
물론 ‘운빨로맨스’가 무조건 실패작이라고만 평가할 수는 없다. ‘미신에 맹신하는 여주인공’이라는 설정은 분명 산뜻했다. 여기에 천재 소리를 듣던 CEO의 상반된 남주인공의 케미는 분명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또 다른 멜로를 선보이며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과 막장 소재 하나 없는 청정 드라마였다는 점, 그리고 남녀주인공의 자극적 밀당이나 뻔한 신데렐라 설정이 아니었다는 점 등은 의미를 둘 만 하다.
또 남자주인공 류준열의 경우, IQ200의 천재에도 불구하고 대인공포와 강박에 시달리는 캐릭터, 여기에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180도 달라지는 달달한 제수호의 모습까지,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높이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은 사실이다.
황정음의 경우에도 극 초반 원작 팬들의 불만과 더불어 뻔한 연기에 따른 혹평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믿보황’으로서의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 대목은 높은 평가할 만 하다. 하지만 차기작 역시 전작들과 비슷한 장르-캐릭터로 복귀한다면 ‘믿보황’이라는 타이틀을 수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작품으로 황정음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연기를 못한다’가 아닌, ‘연기가 뻔하다’로 인식이 바뀌면서 시청자들의 뼈아픈 충고를 받고 있다. 분명 의미있는 조언이 될 수도 있다. 시청자 게시판 속 혹평을 기분 나쁘게만 받아들이고 묵과한다면 ‘로맨틱 코미디만 가능한 배우’로서의 삶을 살 수도 있다. 너무 매몰찬 혹평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지만, ‘황정음’이라는 이름 하에 작품들을 보면 혹평 보단 호평이 많았던 데 반해, 이번 작품에 대한 극명한 평가가 그저 아쉽다.
‘어쨌든 응팔 저주 벗은 류준열’은 남겼다. 시청률에서, 화제성에서 다소 아쉬움은 남겼지만 류준열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기대케 했다. 황정음의 연기 변신 또한 주목된다. 착한드라마로서의 긴 여운도 남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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