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독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것은 물론, 제1호 태풍 네파탁의 영향으로 습한 공기까지 유입되면서 잠 못 이루는 밤이 길어지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선풍기와 에어컨으로도 해갈되지 않는 열대야의 찝찝함을 시원하게 날려줄 피서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보통 심야 영화가 더위를 피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손꼽히지만, 여기에 심야 공연이라는 이색 피서법도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보통 평일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 시간은 오후 8시지만, 연극 '사이레니아'와 '카포네 트릴로지'는 오후 9시 30분에도 공연을 진행한다. 열대야를 피하려는 사람들이라면 색다른 피서법으로 주목할 만하다.
폭풍우 몰아친 70분, 연극 '사이레니아'
'사이레니아'는 1987년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수요일, 영국 남서쪽 콘월 해역에 위치한 블랙록 등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블랙록 등대지기 아이작 다이어가 의문의 구조 요청을 남긴 채 실종되기 전 21시간의 일을 그려냈다.
최근 영국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천재 창작자 제스로 컴튼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사이레니아'는 원래 망망대해 한가운데 있는 등대지기와 폭풍우에 떠내려 온 의문의 여인이 등장하는 단막극 형태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국내 초연에서는 이오진 작가의 각색을 거쳐 두 인물의 관계가 보다 더 돋보일 수 있도록 보완했다. 거친 파도 소리의 음향, 제대로 눈을 뜰 수 없는 천둥번개가 끊이지 않는 조명 등 '사이레니아'는 7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실감나는 상황을 연출한다.
특히 디테일한 효과들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실제로 거센 폭풍우 속에서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오래된 등대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관객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아이작처럼 극한으로 내몰리는 것 같은 몰입감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사이레니아'는 19부터 22일까지 평일 오후 9시 30분 공연을 예매하면 전석 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심야 공연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8월 15일까지 대학로 TOM 연습실 A에서 공연한다.
비좁은 661호, 세 가지 사건…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카포네 트릴로지'는 렉싱턴 호텔의 비좁은 방 661호에서 1923년, 1934년, 1943년에 벌어진 세 가지 사건을 그린다. 특히 '코미디-서스펜스-하드보일드'라는 각기 다른 장르로 그려낸 옴니버스 작품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번 공연에는 국내 초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이석준, 윤나무, 김지현을 비롯해 배수빈, 신성민, 임강희가 새로운 캐스트로 합류해 초연보다 더 탄탄하고 강렬한 연기 앙상블을 선보인다.
또한 국내 연극계 최고 콤비로 통하는 김태형 연출-지이선 작가를 비롯해 미술감독 장춘섭, 작·편곡 김경육, 안무 이현정, 조명디자이너 구윤영, 음향디자이너 권지휘, 의상디자이너 홍문기, 액션디자이너 서정주 등이 다시 한 번 뭉쳐 작품에 대한 신뢰감을 더했다.
지난해 평단과 관객들의 극찬을 받으며 연일 매진행렬을 이어갔던 '카포네 트릴로지'는 사방과 천장이 모두 벽으로 막힌 7평 남짓한 호텔방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리얼한 무대를 통해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하고 있다. 9월 1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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