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서류 반환, 구직자들 “돌려받을 생각도 못했다”
개인정보보호·비용절감·지적재산권보호 위해 2015년 도입
개인정보보호·비용절감·지적재산권보호 위해 2015년 도입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에 따른 기업 채용서류 반환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다수의 구직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개인정보보호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19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공개한 공동조사에 따르면, 올해 입사지원 경험이 있는 구직자 1965명 가운데 탈락을 경험한 구직자의 94.5%가 탈락한 지원서를 사측으로부터 되돌려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탈락한 지원서를 돌려받지 않은 이유로는 53.3%의 구직자가 ‘서류를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42.1%가 ‘돌려받을 수 있는지 몰랐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3.6%는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돌려받지 못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실제 법안이 시행된 지난 2015년 이후 구직경험이 있는 A 씨(28)는 19일 ‘데일리안’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채용 탈락 후 입사지원서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돌려받을 생각도 못 해봤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제출 서류는 사측에서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회원가입을 할 때 필수로 정보제공동의를 하는 것처럼 회사에 지원하려면 내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동의하는 기분으로 이력서를 냈다”고 말했다.
이밖에 본보의 취재 결과, A 씨 이외에도 최근 1년간 구직경험 있는 구직자들 대부분이 채용서류 반환 제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채용절차법이 시행됨에 따라 기업에 채용지원서를 제출한 구직자들은 채용 탈락 이후 14일에서 180일 이내 채용서류 반환을 청구하면 자신의 지원서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일부 기업에서는 구인광고에 ‘제출된 서류는 반환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 같은 회사 공고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채용서류 반환 제도는 개인정보 보호와 구직자의 비용 절감, 개인의 창작물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도입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많이 포함된 채용서류의 유출을 우려하는 구직자가 많고, 큰 돈이 아니라도 채용서류 마련에 계속 돈이 들어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디자인 관련 기업에 지원하며 포트폴리오를 제출했던 B 씨(27)는 “포트폴리오는 돌려주는 것이 관례지만 회사마다 달라, 가져갈 수 없도록 책으로 제본하거나 태블릿 PC에 담아가기도 한다”며 “그래도 5점 정도는 온라인으로 제출하는데 제대로 파기가 되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역시 지난해 구직활동 경험이 있는 C 씨(24)는 “한 번도 탈락한 기업으로부터 지원서를 돌려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C 씨가 지원했던 사업장은 모두 상시근로자가 30명이 되지 않는 곳이었는데, 현재 순차적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는 채용절차법에 따르면 오는 2017년 전면 시행 시에도 제출 서류 반환 의무는 상시근로자 30명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이에 C 씨는 “법을 시행하는 이유가 개인정보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데, 인원에 따라 제한을 두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전면 시행되었을 때는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같이 시행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반면, 일부 회사의 경우에는 법적 절차를 지키는 경우도 있었다. D 씨(26)는 “채용서류 반환 제도가 있는지 몰랐는데, 한 회사에서 반환 신청을 하면 돌려준다고 알려줘 돌려받은 적이 있다”며 “반환이 번거로워서인지 아예 서류를 가져가지 않고 면접장에서 확인한 후 돌려주는 회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법적 근거에 따라 제출서류 반환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모르는 구직자가 대부분이라 구직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 확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채용절차법이 아니라도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반환하지 않은 탈락 지원서는 기업이 파기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파기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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