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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심이 김용태 말고 정병국을 택한 이유


입력 2016.07.30 06:08 수정 2016.07.30 06:08        문대현 기자

순항하던 김용태,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정병국에 패배

전문가 "당심은 아직 김용태를 어리다고 보고 있는 것"

새누리당 8.9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도전하고 있는 정병국, 김용태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후보 단일화를 발표한 뒤 함께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두 의원은 여론조사를 통해 비박계 단일후보로 정병국 의원을 결정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 의원과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함께 나타나 기자회견을 열고 "정 의원이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 대표 혁신 후보가 됐다"고 밝혔다.

전날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두 의원은 2개 여론조사기관을 활용해 새누리당 지지자 70%, 일반국민 30% 비율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이번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당원들과 국민들이 나를 선택해주셨다. 그러나 내가 더 뛰어나서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김 의원과 함께 변화와 혁신의 꿈을 반드시 이뤄라, 내년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달라는 간절한 염원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즉생의 각오로 당과 대한민국을 위해 온 몸을 던지자. 우리가 떨어진 벼랑 끝에서 회생의 문이 열리고, 우리가 쓰러진 그 땅을 비집고 희망의 새싹이 싹틀 것"이라며 "힘을 모아준 김 의원에게 감사하고 혁신의 승리로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조각가 로뎅의 걸작 중 '칼레의 시민들'이란 작품 주인공이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죽음의 길을 갔듯이 새누리당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함께 속죄와 희생의 길을 가자"고 제안했다.

정 의원은 "이번 단일화는 계파적 단일화가 아니라, 혁신 세력 단일화고 연합과 화합"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패배에 가슴 아프지 않고 혁신 단일후보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기쁘다"라며 "지금부터 새누리당에 혁신의 바람이 불 것이다. 정병국호는 내년 정권재창출의 바다로 떠나간다. 묵묵히 백의종군해서 노를 저어 정권 재창출이란 항구에 도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영(5선), 주호영‧한선교(4선), 이정현(3선) 의원 등이 후보로 등록한 가운데 정 의원이 단일 후보로 결정되면서 당 대표 경선은 최종적으로 5자 구도로 정해졌다. 이들은 오는 31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1차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승기를 잡기 위한 치열한 다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안 밀리던 김용태, 정병국에 진 이유?

김 의원은 서울 양천을에서만 내리 3선을 했다. 그는 2014년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이끈 보수혁신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고, 2015년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둘러싸고 국회법 파동이 났을 땐 유 원내대표 편에 서서 청와대를 비판하는 쪽에 섰다. 그가 여지껏 보인 모습은 주류보다는 비주류, 소장파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았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해온 그이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김 의원은 지난 5월 정진석 원내대표로부터 혁신위원장에 내정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의외의 결과라는 평가 함께 전격 발탁됐으나 친박계의 반발을 샀고 스스로 혁신위원장직을 내려놔야 했다.

김 의원에게는 자존심에 금이 갈 법한 일이었지만 오히려 '계파 갈등의 희생양'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며 대중적인 인지도와 호감도가 상승했다는 평을 얻었다. 이에 힘 입어 김 의원은 당권에 도전했고 몇몇 타 후보에 비해 조직과 세력이 약하다는 우려에도 나름의 전선을 구축하며 레이스를 준비해왔다.

김 의원은 그간 몇몇 여론조사에서 타 후보들보다 결코 뒤처지지 않는 결과를 보였고 그 역시 "지지 않겠다"는 뜻을 전하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그러나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에게 밀렸고 결국 당권을 향한 꿈을 접게 됐다.

두 의원은 단일화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여론조사 진행은 실무진들이 했고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의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음에 따라 어떤 식으로 승자가 정해졌는지는 몰라도 조사 결과 반영 비율에 비춰볼 때 일반 국민의 여론보다는 당원들의 여론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당심은 젊은 패기를 갖고 있는 개혁적인 후보보다는 연륜이 깊은 개혁적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에 "정 의원과 김 의원 모두 대중적으로 널리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김 의원은 혁신위원장 파동을 겪으며 언론에 부각됐고 인지도에서 앞서 나갔다"며 "그런데 단일화 결과를 보면 당심은 김 의원에 대해 아직 어리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도 "김 의원이 혁신 측면에서는 나름 의미가 있었지만 40대 기수론을 받아들일 전박적인 사회 여건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두 사람의 공약이 이번 결과에 크게 좌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나 경륜 등으로 볼 때 정 의원이 무게감이 있다고 국민들과 당원들이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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