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이 김용태 말고 정병국을 택한 이유
순항하던 김용태,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정병국에 패배
전문가 "당심은 아직 김용태를 어리다고 보고 있는 것"
정 의원과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함께 나타나 기자회견을 열고 "정 의원이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 대표 혁신 후보가 됐다"고 밝혔다.
전날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두 의원은 2개 여론조사기관을 활용해 새누리당 지지자 70%, 일반국민 30% 비율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이번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당원들과 국민들이 나를 선택해주셨다. 그러나 내가 더 뛰어나서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김 의원과 함께 변화와 혁신의 꿈을 반드시 이뤄라, 내년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달라는 간절한 염원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즉생의 각오로 당과 대한민국을 위해 온 몸을 던지자. 우리가 떨어진 벼랑 끝에서 회생의 문이 열리고, 우리가 쓰러진 그 땅을 비집고 희망의 새싹이 싹틀 것"이라며 "힘을 모아준 김 의원에게 감사하고 혁신의 승리로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조각가 로뎅의 걸작 중 '칼레의 시민들'이란 작품 주인공이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죽음의 길을 갔듯이 새누리당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함께 속죄와 희생의 길을 가자"고 제안했다.
정 의원은 "이번 단일화는 계파적 단일화가 아니라, 혁신 세력 단일화고 연합과 화합"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패배에 가슴 아프지 않고 혁신 단일후보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기쁘다"라며 "지금부터 새누리당에 혁신의 바람이 불 것이다. 정병국호는 내년 정권재창출의 바다로 떠나간다. 묵묵히 백의종군해서 노를 저어 정권 재창출이란 항구에 도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영(5선), 주호영‧한선교(4선), 이정현(3선) 의원 등이 후보로 등록한 가운데 정 의원이 단일 후보로 결정되면서 당 대표 경선은 최종적으로 5자 구도로 정해졌다. 이들은 오는 31일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1차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승기를 잡기 위한 치열한 다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안 밀리던 김용태, 정병국에 진 이유?
김 의원은 서울 양천을에서만 내리 3선을 했다. 그는 2014년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이끈 보수혁신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고, 2015년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둘러싸고 국회법 파동이 났을 땐 유 원내대표 편에 서서 청와대를 비판하는 쪽에 섰다. 그가 여지껏 보인 모습은 주류보다는 비주류, 소장파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았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해온 그이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김 의원은 지난 5월 정진석 원내대표로부터 혁신위원장에 내정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의외의 결과라는 평가 함께 전격 발탁됐으나 친박계의 반발을 샀고 스스로 혁신위원장직을 내려놔야 했다.
김 의원에게는 자존심에 금이 갈 법한 일이었지만 오히려 '계파 갈등의 희생양'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며 대중적인 인지도와 호감도가 상승했다는 평을 얻었다. 이에 힘 입어 김 의원은 당권에 도전했고 몇몇 타 후보에 비해 조직과 세력이 약하다는 우려에도 나름의 전선을 구축하며 레이스를 준비해왔다.
김 의원은 그간 몇몇 여론조사에서 타 후보들보다 결코 뒤처지지 않는 결과를 보였고 그 역시 "지지 않겠다"는 뜻을 전하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그러나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에게 밀렸고 결국 당권을 향한 꿈을 접게 됐다.
두 의원은 단일화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여론조사 진행은 실무진들이 했고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의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음에 따라 어떤 식으로 승자가 정해졌는지는 몰라도 조사 결과 반영 비율에 비춰볼 때 일반 국민의 여론보다는 당원들의 여론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당심은 젊은 패기를 갖고 있는 개혁적인 후보보다는 연륜이 깊은 개혁적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에 "정 의원과 김 의원 모두 대중적으로 널리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김 의원은 혁신위원장 파동을 겪으며 언론에 부각됐고 인지도에서 앞서 나갔다"며 "그런데 단일화 결과를 보면 당심은 김 의원에 대해 아직 어리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도 "김 의원이 혁신 측면에서는 나름 의미가 있었지만 40대 기수론을 받아들일 전박적인 사회 여건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두 사람의 공약이 이번 결과에 크게 좌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나 경륜 등으로 볼 때 정 의원이 무게감이 있다고 국민들과 당원들이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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