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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판매, 왜 홈쇼핑은 되고 티몬은 안 될까?


입력 2016.08.10 16:39 수정 2016.08.10 17:19        박영국 기자

수입차 업체 딜러망 유지하려면 '온·오프라인 병행' 힘들어

TV 홈쇼핑은 홍보성, 혹은 재고처분용

2013년 CJ오쇼핑에서 닛산 뉴 알티마 사전계약이 진행되는 장면(왼쪽)과 티몬의 재규어 온라인 판매 결제창.ⓒ데일리안DB

소셜커머스기업 티켓몬스터(티몬)가 고급 수입차 브랜드 재규어의 일부 차종을 온라인쇼핑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면서 수입차 시장이 시끄러워졌다.

지난 8일 판매 개시 3시간 만에 준비한 20대의 물량이 동나는 등 판매는 순조로웠지만, 다음날인 9일 차량의 국내 수입사인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티몬에 고지된 차량가격 등 정보는 자사 또는 자사 딜러와 협의된 사항이 아니라면서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 손상 및 소비자 혼란 야기 등과 관련해 티몬에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티몬은 계약 조건을 이유로 그동안 함구했던 계약 파트너를 10일 공개하며 “공식 딜러사를 통해 공급받은 차량”이라고 해명했다.

티몬은 SK엔카직영과 계약을 체결했고, SK엔카직영은 재규어 공식 딜러사인 아주네트웍스를 통해 차량을 공급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법률적 검토도 완료됐다고 강조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소셜커머스기업과 수입차 업체 사이에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관심사는 왜 수입차를 온라인에서 파는 게 문제가 되는지, TV 홈쇼핑에는 수입차가 종종 등장하는데 온라인 판매는 왜 안 되는지다.

◇판매·A/S망 유지하려면 딜러사 영업환경 보장해줘야

이번 논란의 핵심은 한 마디로 ‘국내 수입차 유통 구조 위협’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수입차 브랜드는 본사의 한국판매법인 개념인 수입사가 복수의 딜러사에게 특정 지역 판매권을 부여하고 차량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유통된다.

본사의 한국법인 없이 국내 업체가 수입사와 딜러사 역할을 함께 하는 경우는 푸조·시트로엥을 판매하는 한불모터스 정도다.

수입차 한국 판매법인들은 딜러사들과의 계약으로 영업망과 A/S망을 직접 설치, 운영하는 부담을 덜 수도 있고, 딜러사들간 경쟁을 통해 영업망을 촘촘히 하고 판매를 확대하는 효과도 얻는다.

판매가 좋은 브랜드의 경우 수입사가 딜러사에게 ‘갑’이 되기도 하지만, 판매가 저조한 브랜드는 수입사가 딜러사들을 ‘모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식의 유통망이 국내에만 있는 비정상적인 구조는 아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해외 시장에서는 현지 딜러들을 통해 유통망을 운영한다.

일종의 공생관계이기 때문에 수입사들은 딜러사의 영업환경과 수익을 보장해줘야 한다.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딜러사들이 붙어있을 이유가 없고, 딜러사들이 떨어져 나가면 유통망이 붕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아우디폭스바겐 판매중단 사태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딜러사 지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서 철수할 게 아니라면 판매 재개 시점을 대비해 딜러사들을 유지해 놓아야 한다.

딜러사들은 수입사로부터 차량의 공식 판매가격보다 일정부분 낮은 가격에 차량을 공급받고, 그 가격차의 일부를 소비자들에게 가격할인, 서비스 제공 등으로 활용한 뒤 나머지를 마진으로 확보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한 개 브랜드에 복수의 딜러사가 속해 있기 때문에 같은 차종이라도 딜러사와 개별 영업사원이 스스로의 마진을 얼마나 포기하느냐에 할인폭이 달라지며, 이 때문에 종종 수입차에 대해 ‘고무줄 가격’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재규어의 온라인 판매가 논란이 된 것은 이같은 유통 구조를 무시하고 티몬에서 정식 판매가격에서 700만원이나 할인한 가격에 차량을 공개적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티몬은 정식 판매가격이 5510만원인 재규어 XE 포트폴리오와 5400만원인 XE 알스포츠를 4810만원, 4700만원에 각각 선보였다. 특히 티몬은 ‘온·오프라인 최저가가 아닐 경우 보상하겠다’는 약속까지 내놓았다.

매장에서 직접 수입차를 판매하는 딜러들에게는 아예 가격 할인을 통해 고객을 유인할 여지가 사라진 셈이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최저가 보상제까지 내놓는 식이라면 해당 브랜드 딜러들에게는 죽으라는 소리와 다름없다”면서 “이런 식의 판매가 일반화된다면 딜러들이 생존할 수도, 존재 의미도 없게 된다”고 말했다.

수입사로서는 딜러망을 전면 폐쇄하고 온라인 판매방식으로 전환한다면 모를까, 온·오프라인 병행 판매는 구조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직접 해명과 함께 티몬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것도 딜러사들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TV 홈쇼핑은 홍보성, 혹은 재고처분용…딜러에 오히려 도움

그렇다면 그동안 TV홈쇼핑을 통해 수입차가 판매됐을 때는 왜 논란이 없었을까.

TV홈쇼핑은 해당 브랜드의 수입사가 전략적으로 직접 홈쇼핑 업체와 계약을 맺고 진행하며, 딜러사들과의 협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잡음이 생길 여지가 없다.

수입차 브랜드가 TV 홈쇼핑 판매를 진행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재고 물량을 털어 내거나, 홍보효과를 얻기 위함이다.

‘재고처분용’의 경우 정식 가격보다 낮게 판매하기도 하지만, 이런 모델들은 어차피 딜러사에서도 받아가길 원치 않으니 큰 문제는 없다. 오히려 딜러사들에 부담을 주지 않고 수입사가 자체적으로 재고를 처분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홍보성’의 경우 일부 사은품을 끼워 주는 경우는 있어도 가격은 정가와 큰 차이가 없다. 애초에 최종 판매단계까지 홈쇼핑에서 이뤄지는 일은 드물다.

보통은 홈쇼핑을 통해 시승예약만 진행하고, 예약이 들어오면 산하 각 딜러사들에게 배분해준 뒤 딜러들과 최종 계약을 진행하는 식이다. 딜러사들 입장에서는 TV홈쇼핑 판매는 수입사가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인 셈이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홍보성)TV 홈쇼핑의 경우 딜러들에게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반면, 이번 티몬 판매는 직접 결제 단계까지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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