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김종인'...돌아올때도 '김종인'?
당내 중론 "총선 승리와 당을 안정으로 이끈 분"
8.27 이후 "경제 이슈에서 역할할 것 vs 의미없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퇴임을 앞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주요 업적이 재조명 받고 있다. 내홍이 극심했던 시기에 당을 안정시키고 경제정당으로 변모하는 데 밑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정가의 공통된 평이다. 다만 전대 이후 김 대표의 향후 역할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4.13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김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비대위 대표를 맡았다. 당시 김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더민주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는 수권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당을 재정비해 정책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더민주의 고질병인 계파 싸움에서 벗어나 총선 승리, 나아가 수권 능력을 가진 당으로 변모시키겠다고 말했다.
"총선 승리와 안정된 당을 만드는 데 큰 기여"
김 대표가 이룬 성과로는 무엇보다 당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점이 꼽힌다. 김 대표가 영입된 당시 호남의 '반문(반 문재인) 정서'로 텃밭 민심이 등을 돌린 상태였고,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시작으로 대거 탈당 사태가 발생하면서 당은 풍비박산의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7개월 간 김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은 박용진(서울 강북구을) 더민주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안정적인 리더십 덕분에 당이 보다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됐다"며 "민생경제 분야에서 국민들에게 우리 당의 능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결국) 정권교체에 대한 희망도 갖게 했던 것, 그런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1야당이란 것이 대안세력 위치를 의심받았던 것이 (지난해) 당의 탈당, 분당사태였는데 (그러한 흐름을) 막은 것 그리고 안보·경제·민생 분야에서 안정감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총선에서 큰 기여를 했다"며 "당을 안정화 시키고 총선에서 더이상 실수를 하지 않은 것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성주 더민주 호남특보도 "김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은 뒤 당의 메시지가 안정돼 높게 평가한다. 김 대표의 노력과 공을 절대로 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며 "셀프 공천이니 논란이 있었지만 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안보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했던 것들이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보기엔 당이 못 마땅한 부분도 있겠지만, (김 대표의) 냉소적인 부분들은 당의 큰 어른으로서 아쉬운 대목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가 하는 말이 일리가 있다. 실용주의적 합리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실익 없는 논쟁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전당대회 이후 '플랫폼 만들 것' VS '조용히 있을 수밖에'"
다만 8.27 전당대회 후 김 대표의 행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본인의 전매특허인 '경제 민주화' 이슈로 야권 대선 국면에서 활약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는 반면, 특별한 세(勢)가 없기 때문에 뜻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민주의 한 초선 의원은 "우클릭을 하면서 경제민주화로 당의 외연도 많이 확장됐고, 당대표를 내려놓은 뒤 유럽 쪽을 돌며 새로운 플랫폼에 대해서 생각할 것으로 본다"며 "워낙 머릿속에 전략을 많이 세워놓고 있는 분이니까 '유능한 경제 정당'으로서 당을 발전시키는 데 당의 원로로서 계속 이끌어주고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경제 민주화는 이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서 더민주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며 "더군다나 새로운 지도부에서 김 대표의 경제민주화 가치를 높게 살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향후 김 대표의 역할이 야권에서는 그리 크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수도권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본인이 대선판을 주도할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국보위 전력상 중진 의원들 중 김 대표를 리더로 인정거나 상대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고 세력도 없다"며 "본인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찾아 '대선 장사'를 하겠다는 건데, 못 찾을 경우엔 당에서 상당히 골치아픈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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