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안성맞춤 학년제? 또 교육실험…철회해야"
“학생 학습권·교사 수업권·학교 자율성 훼손 우려”
“학생 학습권·교사 수업권·학교 자율성 훼손 우려”
서울시교육청이 2017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에게 선행학습을 유도하는 숙제 등을 금지하는 ‘안성(안정과 성장)맞춤 교육과정’을 전면 실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교원단체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실험적인 교육 정책”이라며 계획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서울특별시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는 “안성맞춤 교육과정에 포함된 초등학교 1~2학년 숙제금지 정책과 담임연임제·전문담임제 및 협력교사 정책은 또 하나의 ‘교육실험정책’”이라며 “시범실시를 통해 정책효과성을 검증한 후 실시 여부를 결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초등학교 1학년 공교육 과정에서 기초 한글 교육과 수학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정책방향에는 큰 틀에서 공감을 표하면서도 “숙제의 내용과 방법은 교사가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과 학습 부담을 고려해 판단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전체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에 대해 숙제를 낼 경우도 있는데, 교육청이 일률적으로 이를 금지함에 따라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권, 학교의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총 측은 “현재 학교 현장에서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숙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숙제를 줄이거나 학생 수준에 맞는 숙제를 내주고 있다”며 “그런데도 서울시 교육청은 ‘숙제 부과는 교사 자율, 숙제에 대한 책임은 교사’라는 표현으로 숙제를 내는 것이 마치 잘못인 양 책임을 교사에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은 학교숙제보다 학원숙제 부담이 더 큰 학생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저소득층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장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숙제를 통해 부족함을 채워주려는 교사의 열정은 사라지게 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담임연임제에 대해서는 “정책효과성 검증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이미 실시한 지역들에서 장단점이 교차하고 있는 만큼 일률적 시행을 강요하지 말고 학교장이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 시행 여부를 판단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교총은 협력교사제와 관련, “비정규직 일자리 창출화 돼 또 다른 기간제교사를 만드는 정책이 될까 우려된다”며 정규교사 증원 및 수업 경감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력교사는 정규 교육과정 시간에 담임교사와 함께 학생 개인별로 수준별 수업 방법이나 전략을 적용한 진단, 처치, 보정을 지원하는 강사를 말한다.
교총은 “교육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장적합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안성맞춤 교육과정은 많은 문제점과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시범실시를 통해 정책효과성을 검증한 후 실시 여부를 결정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한편, 서울시 교육청이 제시한 안성맞춤 교육정책은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에게 선행학습이 필요 없는 한글·수학 교육, 자기주도적으로 학습 부담 없이 학습능력을 신장할 수 있는 교육, 학습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놀이 중심 교육을 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교육청은 내년 1학기부터 사교육이나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숙제 없는 학교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숙제의 부과는 교사의 권한이지만 △선행학습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는 숙제의 부과 지양 △반복적 과제 부과 지양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숙제 부과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 대한 교사의 조치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전문담임제나 담임연임제 등 안성맞춤 학년제를 권장하고 한글·수학교육 책임지도를 위한 협력교사제 운영을 확대할 방침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안성맞춤 교육과정 도입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사교육에 지나치게 의존해 학교에서 자고 학원에서 공부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선행학습 없이 공교육 안에서 우리 아이들의 모든 교육 관련 문제를 완결해 내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의지를 담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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