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한국인으로 생애 첫 추석 맞는 그 청년의 속사정


입력 2016.09.15 04:26 수정 2016.09.15 04:29        목용재 기자

중도입국청소년으로 귀화시험 합격한 파키스탄 청년 에트

"귀화준비 청소년들에게 맞지 않는 귀화면접 질문들 개선 필요"

에트자즈 아슬람(왼쪽에서 두번째) 군이 지난 8월 귀화면접시험까지 통과하면서 한국인으로서 첫 추석을 보내게 됐다. ⓒ서울온드림교육센터

중도입국청소년으로 귀화시험 합격한 파키스탄 청년 에트 "이제 '우리'라는 말 이해할 수 있어요"
"귀화준비 청소년들에게 맞지 않는 귀화면접 질문들 개선 필요"


"귀화 공부했어요. '우리'라는 말이 특이해요. 한국 사람들, '우리'라는 말 너무 많이 써요. 왜 선생님은 와이프한테 전화오면 왜 '우리' 와이프라고 할까요.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귀화공부 하면서 알았어요. 한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도 가족이라 생각해요."

파키스탄에서 온 중도입국청소년인 에트자즈 아슬람 씨(이하 에트, 21). 그에겐 이번 추석 연휴가 더욱 뜻 깊다. 지난달 17일 중도입국청소년들에게 그렇게 어렵다는 귀화면접 시험을 당당하게 통과해 이제 한국인으로서 추석 연휴를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귀화 필기시험에 붙은 그는 지난 8월, 당당히 귀화면접 시험까지 통과하면서 한국인이 됐다. 면접시험 당시 그는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낸 손기정 선수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만 답변을 못했을 뿐 다른 질문들에 대해서는 답변을 척척해냈다.

에트 씨는 서울시와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온드림교육센터의 중도입국청소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우수학생으로서 처음으로 귀화시험에 합격한 케이스다. 아직 한국말은 어눌하지만 그는 앞으로 한국인으로서 살아갈 기대감과 한국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를 중요시 하는 한국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에트 씨는 지난 8일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우리'라는 말은 참 이상하다. 온드림센터에서 공부한지 얼마 안 됐을 때인데, 센터 선생님이 '우리 와이프한테 전화가 왔네', '우리 에트 공부 잘 하고 있어요' 이러면서 모든 말에 '우리'를 넣었다"면서 "하지만 귀화공부를 하면서 익숙해졌다. 이제 나도 말하는 중간에 '우리'라는 말을 항상 섞어서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특유의 '우리' 정서에 익숙해진 탓일까, 에트 씨는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우리나라를 테러로부터 지키는 특수부대원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나라에 큰일이 생기면 자신의 목숨을 바쳐 먼저 희생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모국에 대한 사랑, 그것 이상이었다.

에트 씨는 "만약 제가 군대를 들어갈 수 있다면 입대하고 싶다. 사람들을 지키고 돕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다"면서 "요즘에는 특히 테러가 많아서 이런 위협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 테러 때문에 가족을 잃는 사람들이 생기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TV에서 테러 현장을 보여줄 때면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국이 왜 그렇게 좋은가"라는 질문에도 에트 씨는 한국의 자랑거리를 쏟아냈다. 에트 씨에게 한국은 친절한 경찰이 있고, 누구든지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에 의해 운영되는 나라다. 특히 어떤 나라보다 안전한 나라라는 점, 국민 모두가 근면 성실하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에트자즈 아슬람(21, 파키스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3년 동안 정기적으로 체류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에트 씨에게 있어 한국은 앞으로도 계속 살고 싶은 희망의 나라였다. 그래서 그는 귀화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는 "한국의 경찰이 나한테 경례도 하고 친절하게 존댓말도 하는데, 다른 나라 경찰들은 그러지 않는다"면서 "또 법치국가이기 때문에 힘이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나쁜일을 하면 처벌받는 나라다. 그리고 밖에서 새벽 내내 돌아다녀도 나쁜 사람들한테 당하지 않는 안전한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사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떤 나라에서 살든 그 나라를 잘 지켜야 한다. 한국을 지키다 죽으면 나라의 기록에 명예롭게 이름을 남길 수 있다"면서 "그리고 난 죽겠지만 가족들은 내가 '우리를 위해 죽었구나'라고 안심하며 살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에트 씨지만 그가 시작한 귀화절차는 만만치 않았다.

귀화면접 시험에 한국 역사는 물론 북한의 도발에 대한 평가 및 통일 등 남북관계나 정치와 관련한, 어린나이의 중도입국청소년으로서는 이해조차 힘든 질문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토종 한국 국민도 답변하기 힘든 내용의 질문들을 준비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시어머니(시댁식구)와 다퉜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등의 질문도 이뤄지고 있어 귀화를 준비하고 있는 어린 청소년들에 대한 맞춤형 귀화시험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수영 온드림교육센터장은 본보에 "대부분의 귀화 요건이 성인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이민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특히 귀화를 준비하는 중도입국청소년들에게 귀화 시험 관련한 교육을 시켜주는 곳이 없어서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에트 씨의 경우 면접 질문에 어려운 것은 없어서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는데, 아이들 면접 질문에 시부모하고 싸웠을 때의 대처방법, 인권적으로 남편에게 침해를 당했을 때의 대처 방법 등을 물어보는 것은 연령대에 맞지 않다"면서 "북한 도발행위에 대한 평가를 아이들에게 묻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면접관이 15개정도의 질문을 하는데 질문 내용은 그때 마다 복불복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도입국청소년이란 △결혼이민자 중 한국인 배우자와 재혼하여 이전 결혼에 의한 자녀를 데려온 경우 △국제결혼가정 자녀 중 부모의 본국에서 성장하다 학령기에 재입국한 경우 △외국인근로자가 입국 후 일정기간이 지난 후 본국에 있는 자녀를 데려오는 경우 △탈북여성이 외국인과 사이에서 제3국에서 출생한 자녀를 데려온 경우 등을 지칭한다. 하지만 다문화가정 청소년들과는 달리 정부에서조차 정확한 개념이 마련돼 있지 않아 국내 체류에 많은 고충을 안고 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목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