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조사원, 조사 중 감금·성추행 당해...통계청 "몰랐다"
<기재위>집에 감금하고 부부관계 횟수 묻기도...본청에 통지조차 안해
통계조사원이 통계조사 중 폭행, 감금, 성추행을 당했으나 통계청은 범죄 발생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은 통계조사 불응처리 사유를 통해 파악된 만큼, 통계청이 파악하지 못한 범죄가 상당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통계조사원에 대한 범죄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6년 7월까지 통계조사원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총 8건 발생했으나 단 1건만 가해자와 합의, 나머지 7건은 본청에 통지조차 되지 않았다.
실제 2014년 10월 경기도 광주의 한 조사원은 만취상태의 응답자에게 폭행을 당했다. 2015년에는 조사원이 1시간 동안 응답자의 집에 감금당했고, 이 사실을 팀장에게 보고하였으나 경찰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현행법에 따라 감금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중범죄이지만, 통계청은 감금당한 통계조사원들을 방치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통계조사원의 90% 이상이 여성인 만큼 성희롱 범죄도 공공연하게 발생했다. 조사 중 △응답자가 통계조사원을 끌어안고 강제로 신체 접촉을 시도하거나 △부부관계 횟수를 묻고 △조사대상 가구주가 조사원에게 SNS로 음란물을 보내며 △속옷차림의 남성응답자가 집으로 들어올 것을 수차례 권하고 △전화를 걸어 수시로 '보고싶다'고 하는 등의 사례도 확인됐다.
문제는 통계청의 대응 태도다. 지난 2011년 10월 신설된 ‘현장조사 운영지침’ 조항에 따라 지방통계청장은 통계조사원에게 안전 사고나 긴급 상황이 발생한 경우 6하 원칙에 의해 보고서를 작성, 통계청 본청에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조항이 생긴 이래 현재까지 통계청 본청에 사고 사실이 통지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후속 조치는커녕 조사 중 범죄 피해를 입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통계청은 통계조사원들의 범죄 피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지방통계청장은 <현장조사 운영지침>에 따라 중대한 안전사고 발생 시 6하 원칙에 의해 보고서를 작성하여 통계청 본청에 통지할 의무가 있으나 이 조항이 생긴 2011년 10월부터 현재까지 통계청 본청에 통지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통계조사원들이 조사 중 범죄 피해를 입었는데 통계청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긴급 상황에 대비한 안전용품 지급률도 현저히 낮아 통계조사원이 범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2015년 통계조사원으로 근무한 총인원은 8만 296명이지만, 2014~2015년 2년 간 지급한 안전용품은 5489개에 불과하다. 즉 안전용품을 받은 통계조사원이 100명 중 7명도 채 못 되는 셈이다.
박주현 의원은 “통계조사원들은 통계청의 무관심에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적절한 사후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방치되었다”면서 “통계조사원의 90%이상이 여성이고 조사를 위해 집집마다 방문하는 일이 다반사인 만큼 범죄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통계조사원들에 대한 범죄 발생 시 통계청이 나서서 고발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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