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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격 불륜드라마'의 주인공은 모두 전문직?


입력 2016.10.09 07:32 수정 2016.10.09 07:38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사람들의 특혜

불륜에 개한 상대적인 관점을 부각한 KBS 2TV 수목드라마 '공항가는 길' 화면캡처.

2014년 김희애 유아인 주연의 JTBC 월화드라마 '밀회'는 불륜드라마인데도 남다른 컨셉을 내세웠다. 바로 고품격 불륜드라마라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이제 하나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고 그것이 최근의 드라마 '공항으로 가는 길'이다. 이런 드라마들은 문영남의 '소문난 칠공주'나 '조강지처클럽' 같은 드라마 혹은 김순옥의 드라마 '아내의 유혹'과는 다른 차원이었다. 이 드라마들은 주로 남편들은 바람을 피고 이에 대해서 복수를 하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불륜을 저지르는 주체는 대개 남성들이고 여성들은 이에 분노하며 응징에 나서는 것이다. 주로 여성은 피해자의 위치에서 한이 쌓이며 그 한을 풀어내는 권선징악의 주제의식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불륜 드라마는 다른 변화의 조짐들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불륜의 경계를 모호하고 상대적으로 만든다. 불륜을 불륜으로 보지 않고 다른 관점으로 보게 만드는 것이다. 단지 내가 하면 로맨스 다른 사람이 하면 불륜이라는 관점을 뛰어넘으려 한다. 특히 이러한 점은 일일드라마나 주말 드라마가 아닌 주중 드라마내지 미니시리즈에서 부각되고 있는 설정이나 컨셉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진보적인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듯이 부각시킨다.

이런 드라마들은 불륜을 다루기는 하지만 주인공들의 내민한 심리 묘사를 통해 통상적인 불륜과는 다른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어필한다. 이러한 고품격 불륜 드라마의 기운을 보여준 드라마는 김수현의 '내 남자의 여자'였다. 이 드라마에서 배우 김상중은 착하고 순한 아내를 두고 화려하고 도발적이며 감성적인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 이른바 불륜남이 된다. 그러나 불륜남의 애인으로 등장하는 김희애는 못된 악녀가 아니라 여성들이 공감을 이뤄내는 캐릭터를 선보였다.

이 드라마의 성공은 김희애가 '밀회'의 주인공으로 낙점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다만, 몇가지 점에서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여성이 주체적이 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남성이 연하남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나이가 차이가 많이 나는 젊은 남성(유아인)이 등장한다. 연하남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연하남은 꽃미남 스타일이면 더욱 좋고 훈남이어도 족하다.

이런 드라마에서 또 하나 핵심적인 특징은 그 불륜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는 점이다. 강요되고 속는 등의 잘못된 결혼이나, 피치 못할 불행 등이 등장한다. 즉, 상대적인 관점에서 사랑을 다루기 때문에 기존의 불륜 드라마와는 다른 고품격 불륜드라마라고 하는 것이다. 특히 단순한 육욕적인 불륜이 아니라 정신적인 교감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반인륜적인 불륜과 다르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에 대한 동의와 교감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공감할 수 있는 등장인물들의 사연들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당연하게도 그에 적합한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 캐스팅이 필수적이다. 미워할 수 없는 선한 인물이면서 시청자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드라마 '공항 가는 길'도 뷸륜에 대한 상대적인 관점을 부각한다. 고품격 불륜 드라마인데 심지어 불륜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들이 불행한 결혼,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결혼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랑은 없고 그들에게는 고통스런 삶이 현재는 미래에도 펼쳐질 것이 분명했다. 뒤늦게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찾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았기 때문에 그들은 불륜이 아니라는 논리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그들이 겪는 상황은 고통과 피해를 당한 약자의 관점에서 감정이입을 하고 공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사랑은 불륜일까 아닐까.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듯 그들의 행위는 불륜이 맞다. 아무리 고품격 불륜이라고 해도 그것은 불륜이다. 불륜이 아니면 드라마가 재미없었을 것이다. 금기를 위반하는 것은 항상 긴장과 기대를 동시에 자극하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이들은 그 행위를 통해서 편익을 보는 쪽이다. 일단 불륜이라고 두고 판단해야 한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다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불륜이란 인륜, 혹은 윤리에 거스르는 것을 말한다. 결혼은 가족 제도화의 신뢰의 맺음이라고 보았을 때 통념으로 그것을 위반하면 불륜이라고 말한다. 혈연가족에 대한 무도한 행위는 패륜이라고 말한다. 통상적인 가족윤리에서 다른 배우자와 사랑에 빠진다면 불륜이다. 그러나 그것이 형사적인 처벌을 받는 것인가하는 점은 다른 문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간통죄가 폐지된 것이다. 민사적인 관점에서나 윤리적인 관점에서나 두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 가운데 신뢰의 맹약을 어쨌든 위반한 쪽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불륜 트렌드는 최근의 상대적인 관점의 불륜은 결혼과 사랑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낄 수 있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삶을 동기부여할 수 있는 심리적 계기를 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합리화와 정당화의 명분을 준다. 물론 현실적으로 실제 행동을 옮기기에는 한계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하거나 욕망을 소진하는 지 모른다. 현실의 불만은 언제나 있는 것인데 그 가운데 진정으로 결혼에 대한 모순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책임져야할 것, 준수해야 할 것이 있는 것이 인간사회이고 그것을 준수하지 못하면 오히려 자신에게 피해가 오기 때문에 상대적인 관점에서 불륜을 볼 수 만은 없다.

한동안은 이러한 상대적 관점의 고품격 불륜 드라마가 주목을 받겠지만, 인간의 현실적인 상황에 부합하는 욕망의 상태로 회귀할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확실하게 해결된 이들은 이런 행위에 대해 공감을 넘어서서 실제 행동을 하겠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아 떠날 수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가족제도를 깨지 못하는 점은 결국 드라마를 통해 불륜에 대한 피해의식과 복수극을 여전히 존립하게 할 것이다. 아울러 불륜의 대상, 새롭게 사랑하는 대상은 부자이거나 안정적인 전문직일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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