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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국감, 송민순 회고록 '쪽지' 놓고 난타전


입력 2016.10.19 19:07 수정 2016.10.20 13:30        장수연 기자

<정보위> 여 "당시 상황 입증 자료 제출하라" vs 야 "박 대통령 2002년 방북 자료 제출하라"

이병호 국정원장 "회고록, 사실이라는 느낌…자료 확인은 불가"

19일 오전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병호 국정원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섭 1차장, 이 원장, 최윤수 2차장. ⓒ사진공동취재단

19일 오전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정진석(왼쪽부터)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완영 간사, 원유철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보위> 여 "당시 상황 입증 자료 제출하라" vs 야 "박 대통령 2002년 방북 자료 제출하라"
이병호 국정원장 "회고록, 사실이라는 느낌…자료 확인은 불가"


19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에 등장하는 '싱가포르 쪽지'를 두고 난타전을 벌였다. 여당 의원들은 이병호 국정원장을 향해 "(쪽지는) 이미 회고록에 의해 오픈된 것이기 때문에 국가기밀일 수 없다. 쪽지의 보관 여부와 전달 과정 등 당시 상황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반면 야당은 "지난 2002년 박근혜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된 자료 일체를 먼저 공개해야 한다"며 맞불을 놓았다.

이날 서울 내곡동 국정원에서 비공개로 열린 국감을 마친 뒤 브리핑에 나선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여당 의원들은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며 "정치적으로 휩싸이는 것을 경계한다는 원장의 말에 여당 의원들은 정쟁의 문제가 아니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원장이 답변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료와 기록이 있다면 국가기밀을 이유로 해서 밝히지 못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정쟁놀음이 아니다.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확실히 규명하고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참여정부가 북한의 의견을 구한 뒤 ‘기권’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여당이 공개를 요구한 ‘쪽지’는 2007년 11월20일 백종천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것으로, ‘북측으로부터 받은 (북한인권결의안 관련 표결 결정에 대한) 반응’을 담은 쪽지를 노 대통령이 읽어보라고 건네줬다고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 적었다.

이에 야당은 자료를 공개하려면 박근혜 대통령의 2002년 방북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저희는 (회고록 관련 기록을) 공개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전제가 있다"며 "역대 정권에서 벌어진 용공 종북 의혹을 이참에 다 털고 가자. 박 대통령의 2002년 방북 미스테리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은 2002년 5월 11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방북한 바 있다"며 "김정일과 한 시간 독대해서 밀담을 나눴고 두 시간 동안 만찬을 했다. 그런데 북한을 가고 온 과정에서 미스테리가 많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입북할 때는 중국을 거쳐 평양으로 갔는데, 서울로 돌아올 때는 김정일의 제의를 받고 판문점을 거쳐 육로로 들어왔다. 이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은 당시 박 대통령의 귀환문제와 관련해 북측이 보내온 통지문, 김정일과 협의한 내용 일체 등의 자료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양당의 첨예한 공방 속에 국민의당은 정치공방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양비론을 펴면서 조속히 이 문제를 매듭짓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19일 오전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병호 국정원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헌수 국정원 기조실장, 김진섭 1차장, 이 원장, 최윤수 2차장, 최종일 3차장. ⓒ사진공동취재단

이에 국정원은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아님)의 원칙을 고수했다. 이 원장은 북한과 오간 쪽지(북한 동향 보고) 등의 자료에 대해서 "세계 어느 정보기관도 NCND 사안에 대해 확인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권리"라며 "쪽지나 전통문이 오간 것을 밝히는 것은 긴급해 보이지 않는다. 그 당시 기밀이었으면 지금도 기밀이므로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 원장은 당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핫라인이나 대남통지문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기밀사안이라며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자료나 기록에 대해 찾고 있고 확인중"이라면서도 "북한이 불량한 국가이기는 하지만 이건 국정원 신의에 관한 문제"라며 '공개 불가론'을 폈다. 또 "국정원이 다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며 "국정원의 현 상황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아야 하고, 정치에서 벗어나는 것이 국정원을 만든 요체이고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송 전 장관의 회고록과 관련해 "회고록이 구체적이고 사리에 맞기 때문에 사실이나 진실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완영 의원은 이 원장이 '송 전 장관 회고록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고 밝혔다.

이에 야당 측에서 "답변시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그렇다고 하지 말고 국정원의 공식 답변을 달라"고 지적하자 이 원장은 끝까지 'NCND 원칙'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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