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강철수' 된 비하인드 스토리
'국정농단'에 속에서 우러나는 분노…양강 대립구도에 끼인 존재감 표출
'국정농단'에 속에서 우러나는 분노…양강 대립구도에 끼인 존재감 표출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 공동대표가 오랜만에 '강철수'가 됐다. 평소 안 전 대표가 보여줬던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목소리, 눈빛, 태도와는 전혀 다른 딱딱하게 굳고 결의에 찬 표정이었다. 정치권은 안 전 대표의 이 같은 '강철수 모드'에 여러 해석을 내놓았다.
안 전 대표는 25일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미리 받아본 것으로 보도된 사건을 '최순실 국정농단사건·국기붕괴사건'으로 규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전면에 나서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지난해 겨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기자회견 이후 처음으로 선 국회 정론관에서 "세계사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결코 덮고 지나갈 수 없는 일이고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안철수 전 대표는 검은 정장에 하얀 와이셔츠, 검은 넥타이를 챙겨 매고 기자회견장에 섰다. 표정도 시종일관 무뚝뚝을 넘어 무표정에 가까운 굳은 표정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안 전 대표의 외모뿐만 아니라 회견문 곳곳에서 등장한 강경한 표현에서도 나타났다.
안 전 대표는 박근혜 정권을 "극단적이고 폐쇄적인 정권"이라며 내각 총사퇴와 청와대 비서진 전면 교체를 언급했다. 또한 정부를 향해 '타락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 지금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고 했다. '나라가 와르르 무너졌다'는 표현도 썼다. 국민의 입을 빌렸지만 '도대체 이게 나라냐'라는 자조섞인 질문도 던졌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임기내 과제'로 의욕을 보인 '개헌'에 대해서는 만 하루만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오늘로써 대통령발 개헌 논의는 종료되었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번 '최순실 의혹'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 한 개헌 등 국정에 대한 타협은 없다는 으름장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강철수 변신'에 대해 안 전 대표 측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안 전 대표의 큰 분노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안 전 대표가 의례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화를 냈다'는 것이다. 그는 "안 전 대표가 그동안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될 수 있으면 언급이나 반응을 자제해왔지만 오늘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날 오전에 있었던 '국민 대표와의 만남' 행사가 도화선이 됐다고 전했다. 행사에서 국민 대표들은 최순실 의혹과 관련 안 전 대표에게 '이건 때려부숴야한다'라는 이야기를 했고 이 부분을 유심히 들은 안 전 대표가 만남 이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는 것이다. 다소 강경한 어조의 회견문도 직접 썼다는 후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매고 나온 '검은 넥타이'도 '(최순실씨 관련 의혹이) 굉장히 수치스럽다'면서 본인이 직접 골라 맸다고 한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은 "(이 사건을) 국치(國恥)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 국민의당 당직자는 "안 전 대표는 기본과 본분을 지키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데 이번 사건은 정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안 전 대표의 기본에 충실한 원칙주의자적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무적인 판단에 의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대로 국면이 흘러갈 경우 '청와대 vs 더민주', '박근혜 vs 문재인'으로 대결구도가 고착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강경한 어조와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본인 스스로 이 일에 대한 확신이 섰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면서 "차기 대권 중위권 주자로서 상위권만 부각되는 국면에서 잊혀지지 않으려는 자구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