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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특검 도입하되 대통령 조사는 안돼"


입력 2016.10.27 19:07 수정 2016.10.27 19:10        이슬기 기자

민주당 "기소와 조사는 별개…대통령 조사해야"

새누리·더민주, 특검 찬성에도 각론 엇갈려, 국민의당은 한 발 비껴 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특검의 형태와 범위, 시기 등에 대한 이견이 팽팽해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특히 특검 도입을 위해 필수적인 야당 간 공조조차 안갯속이다. 구체적인 내용 조율 문제는 차치하고, 특검 자체에 대한 시각부터 확연히 갈린 상태다. 국민의당 일각에선 향후 현안 대응 시 민주당과의 공조 문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한 뒤 얼굴을 찡그리며 대화를 나누며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더민주, 특검 찬성에도 각론 엇갈려

특검에 찬성한 여야의 최대 쟁점은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가 여부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 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여야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새누리당 의원 대다수는 신속히 특검을 도입하되 박 대통령까지 수사할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수사가 의미를 얻으려면 기소가 전제돼야 하는데, 현행 헌법상 대통령을 기소하지 못하므로 수사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정우택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수사 대상인가에 대한 논쟁은 정치적 공세다. 형사상 소추 면책에는 수사도 포함된다는 것이 다수설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된다는 것에서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며 "그보다 어떤 의견을 제출하는, 의견서를 받는 정도는 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같은 신중론은 비박계에서도 동일하다. 이종구 의원은 전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헌법에는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에는 소추를 당할 수 없게 돼 있다. 대통령을 수사 선상에 놓는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도 "대통령 스스로 수사에 대한 각오를 보여주셔야 한다"면서도 대통령은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법을 뛰어넘어서 대통령을 수사할 수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비선실세 국정논단 편파기소 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민주당 "기소와 조사는 별개...대통령 조사해야"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와 조사는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의 안정성을 위해 대통령의 형사소추는 금지하고 있으나 진실을 밝힐 의무까지 면책하지 않고 있단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며 "대통령에 형사소추를 할 수는 없지만 조사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원내대표는 아울러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메일 스캔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 정보요원의 이름을 실수로 발설한 일과 관련해 자진해서 정부기관의 조사를 받은 예를 근거로 들었다.

민주당은 특히 관련 분야 전문가 그룹인 헌법학자들의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소추를 면제받을 뿐, 수사의 대상은 된다는 것이 헌법학자 그룹의 중론이다. 재직 중 체포와 구속, 압수수색 등이 불가하다는 견해가 있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사의 방법론적 이견일 뿐 수사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에는 이론이 없다는 것이다.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의 저서도 핵심 근거로 제시된다. 정 의원은 지난 2015년 자신의 저서 '헌법학 원론'에서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는 가능하다. 시간이 경과하면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우므로 대통령의 재직 중에 행해진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은 언제나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엔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도 공감을 표했다. 비박계 인사인 김 의원은 이번 사태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규정하고 박 대통령도 특별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 본인이 수사 대상에서 빠질 경우, 측근 그룹에 대한 수사로 범위가 넓어져 결국 사태의 본질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재임 중 형사상 소추를 피할 뿐 특검 수사를 피할 어떤 법적 사유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 발표와 관련해 비판하는 발언을 마친 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당 "여당만 돕는 꼴"...민주당 내서도 '우려' 솔솔

국민의당의 경우 민주당과는 결이 다르다. 사태의 당사자인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 두 사람에 대한 조사로 직결되지 못하는 특검은 오히려 정부여당으로 하여금 위기 국면을 모면할 빌미를 제공하는 격이란 입장이다. 특히 차기 대선이 다가오는 시점에 민주당이 먼저 나서서 특검 도입을 제안하고 새누리당이 이에 즉각 화답, 결국 당사자가 빠진 ‘유야무야’식 수사를 이어가다가 여론의 관심에서 잊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특검은 반드시 해야 하지만, 이번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은 박근혜, 최순실 딱 두 사람 뿐”이라며 특검보다 당사자들의 진실규명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수사 여부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특검을 하더라도 헌법 84조 등 제반 법률에 의해 형사소추를 못 받는다. 수사도 할 수 없고 남은 1년4개월 임기 동안 아무 것도 못 한다"며 회의론에 힘을 실었다.

또 "최순실은 독일 해외 도피 중이고 돈도 있다. 지금부터 인터폴에 수사의뢰를 해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잡히더라도 그 나라에서 재판을 청구하면 한없이 데려올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 특검을 하면 몸통은 수사하지 못하고 깃털만 구속된다. 사실은 밝혀지지 않고 국민에게선 잊혀져가고 정국은 전환된다"면서 민주당이 성급하게 특검 도입을 제안했다고 비판했다.

유성엽 의원도 "새누리당이 부랴부랴 특검을 잡은 것은 대충 꼬리 자르기를 하고 봉합해 이 국면을 넘겨보자는 수인데, 왜 그것을 민주당이 덜컥 받았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앞으로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큰 방향에서 나라를 제대로 바로잡아가자는 측면에선 기본적으로 공조해야지만 무조건식으로 공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향후 야당 간 공조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일단 민주당은 국민의당이 중도층 공략을 위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제3당의 차별화한 역할을 부각시키기 위해 특검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고도의 생각이 있으신지 모르지만, 민심은 특검을 통해 진실을 조사하라는 것이다. 당리당략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같은 우려가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주류계 중진의원실 관계자는 "그동안 특검해서 제대로 된 적이 있나. 게다가 이제 금방 대선 정국이다"라며 "특검은커녕 거기까지 가지도 전에 줄다리기가 엄청나게 길 것이기 때문에 특검 자체에 방점을 찍으면 안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잽싸게 특검을 받은 이유가 뭐겠나. 그쪽 입장에선 특검을 환영하면 모양새도 좋아보이고, 대통령 빼고 주변 인물 적당히 쑤시다가 '할만큼 했다' 하고 대선으로 넘어가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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