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 '하만' 인수로 전장사업 본격 탄력
해외M&A 중 사상최대 규모...마그네티 마렐리 인수 논의도 탄력
스마트카용 전장시장, 2025년까지 연 13% 성장 예상
삼성전자가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하면서 신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인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이 본격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자동자부품 자회사 마그네티마렐리의 인수 논의도 진행 중으로, 지난해 말 출범한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의 행보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14일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80억달러(약 9조3760억원)에 하만을 인수하면서 향후 신성장 사업으로 전장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만은 지난 1956년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시에서 설립된 회사로, 지난 1995년 독일 벡커(Becker)를 인수하면서 전장부품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현재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와 카오디오 등 전장사업이 전체 매출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컨슈머 오디오, 기업간거래(B2B)용 음향·조명기기 등의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멕시코·브라질·헝가리·독일·중국·인도 등 10개국 19개 거점(전장사업 9개)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 종업원 수는 3만 여명에 달한다. 글로벌 카오디오 시장(점유율 41%)과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시장(24%)에서 1위 업체로 텔레매틱스(10%) 시장에서도 2위를 하고 있다.
현재 커넥티드카·자율주행차·전기차 등 '스마트카' 용 전장시장은 매년 13%씩 성장하면서 오는 2025년에는 전 세계 시장 규모가 약 186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중 하만의 사업분야 중 인포테인먼트·커넥티드서비스·자율주행·카오디오 등은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스마트카 전장시장에서 절반이상(55%)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분야는 연평균 9%씩 성장해 오는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102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 9%의 성장률은 자동차 판매 증가율(2.4%)에 비해 3.8배나 높은 수준이다.
김영우 SK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삼성은 이번 하만 인수로 다양한 제품 라인업과 고객사를 확보하게 돼 전장사업을 본격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며 "하만은 높은 수준의 음성인식 기술력도 확보하고 있어 음성인식 분야에서 상호 시너지 효과 창출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삼성은 이번 인수로 전장사업 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전장사업팀을 신설했지만 지난 1년간 사업 추진에 탄력을 붙이지 못하던 터였다. 이 때문에 국내외 전장부품 업체 인수 및 협력 등을 통해 내년부터는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이는 최근 전기차 보급 확대로 자동차가 IT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시장 변화에 따른 것이다. 기존 내연기관 위주였던 자동차가 전자제품화되는 추세 속에서 자동차와 전장부품 시장이 큰 변화를 맞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전장부품과 같은 신성장 사업에서 보다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5G통신, 차량용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등 부품과 사용자경험(UX) 기술과 모바일과 가전 제품 등에서 축적한 기술력이 전장사업 노하우와 결합하면 커넥티드카 전장 시장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연구개발(R&D)과 인수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상태다. 지난 7월에는 세계 1위 전기차업체 비야디(BYD)에 5000억원의 지분 투자를 통해 협력관계를 강화했다.
이는 이미 이전부터 BYD에 차량용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공급해 왔지만 지분투자를 통해 스마트카 시대 개화에 앞서 부품 공급 등 상호 협력 관계를 강화해 변화하는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포석에서다.
또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인 피아트의 부품 자회사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도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추가 인수를 통해 전장부품 경쟁력 강화도 기대되고 있다. 지난달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다소 논의가 지연됐지만 이번 하만 인수로 전장부품 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입증된 만큼 인수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그동안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지주회사 엑소르의 이사회에 꾸준히 참석해 온 것도 이같은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불거진 ‘최순실게이트’ 여파로 지난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리노 본사에서 개최된 이사회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조만간 현지를 방문, 인수 논의를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추진 본격화로 현재 권오현 부회장 직속으로 편재돼 있는 전장사업팀 확대 개편도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에대해 삼성전자 측은 "이번 하만 인수로 전장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전장사업팀은 하만과의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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