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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트럼프 당선'에 일주일째 침묵...왜?


입력 2016.11.17 17:20 수정 2016.11.17 17:41        박진여 기자

오바마 당선 때는 사흘 만에 결과 보도

"'트랙2 접촉'으로 물밑작업 후 대북정책 기조 주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데 대해 북한 당국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일주일째 '무반응'...오바마 당선 때는 사흘 만에 결과 보도
전문가 "'트랙2 접촉'으로 물밑작업 후 대북정책 기조 주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데 대해 북한 당국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각) 실시된 대선 개표 결과에 따라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지 일주일이 지난 17일 현재까지 공식 입장 표명은 물론 선거 결과조차 보도하지 않고 있다.

앞서 북한이 2008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 당시 이틀 만에 선거 결과를 발표하고,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성공 때도 사흘 만에 이 같은 소식을 전한 것과 비교하면 침묵이 길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북한의 ‘침묵행보’는 차기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불확실한 상황 속 향후 북미관계 및 대북정책 방향성을 타진하기 위해 정세를 관망하고 있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트럼프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살피는 과정으로, 당분간 적극적인 입장 표명이나 과격한 도발보다는 현 사태를 지켜보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북한 김정은을 향해 “미치광이 같다”고 비난하면서도 “햄버거를 먹으며 핵협상을 하겠다”는 등 ‘오락가락’ 대북관을 보여 왔다. 이와 관련 그간 ‘북한 비핵화 없이는 협상도 없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일관된 대북정책을 비난해온 북한이 트럼프 당선인의 ‘협상 가능성’ 발언에 국면 전환의 기대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북한은 이번 미국 대선 선거전이 한창일 때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지난 6월 1일 트럼프에 대해 “현명한 정치인이자 선견지명 있는 대통령 후보감”이라고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해당 매체는 당시 트럼프의 한국에 대한 방위비 인상 요구와 주한미군 철수 협박, 북한 지도자와 대화 가능성 등의 발언을 소개하며 평소 미국과의 직접 대화, 주한미군 철수 등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 가운데 북한 당국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민간 인사들과 첫 비공식 접촉에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과 관련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차기 미국 정부 출범을 앞둔 시기 미국 측 인사와 접촉하며 향후 북미관계 및 대북정책 방향성을 타진하기 위한 ‘물밑작업’에 돌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17~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 민간 전문가들과 접촉하기 위해 베이징을 경유한 사실이 일본 교도통신을 통해 확인됐다. 매체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최 국장이 스위스 제네바로 건너가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운영자인 조엘 위트 등 북한 전문가들과 접촉하고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최 국장의 이번 제네바 행은 트럼프 미국 차기정부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현재까지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지만, 최 국장은 이날 베이징 공항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접근방식을 묻는 취재진에 “그들(트럼프 행정부)이 어떤 종류의 정책을 취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북한의 행보는 차기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노선이 확실해질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현재 자국에 대한 차기 정부의 태세를 관망하며 핵보유국 인정, 주한미군 철수, 북미 평화협정 체결 등을 위한 전략적 계산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원장은 17일 본보에 “북한이 트럼프 당선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북미 간 트랙2 접촉을 전개하는 것은 미국 정권 교체 시기를 노려 핵개발을 인정받고 대북정책 방향성을 살피려는 전략적 계산”이라며 “특히 트럼프가 후보 시절 대화 가능성과 주한미군 철수 불사 등을 언급한 것과 관련, 기존 ‘무조건 비핵화’ 국면 전환을 꾀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이날 본보에 “북한이 북미 간 트랙2 접촉 등을 통해 핵동결 협상에 나서고 있는 만큼, 트럼프 진영의 대응을 주시하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차기 행정부의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핵보유국을 인정받고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미국을 자극할 만한 도발은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우리 정부는 북한이 트럼프 당선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는 데 대해 트럼프 정권의 북한 정책 노선이 확실히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의 언급들이 상반된 것도 많아 북한에서도 스스로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대북정책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는 기다리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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