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 많은 '새누리호',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최순실 게이트' 수습책 '동상이몽'
당 해체·비대위 구성·조기 전대 등 제각각
동상이몽(同床異夢). 새누리당의 ‘최순실 게이트’ 수습책이 핵심 인사 별로, 계파별로 제각각이다. 현 상황을 조기 수습하고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자는 목소리는 같지만, 해법에는 간극이 보인다.
김무성·유승민·비주류 ‘당 해체 후 재창당’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등 비주류는 ‘당 해체 후 재창당’을 최순실 게이트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당내 또 다른 지도부 격인 비상시국위원회 공동대표단을 구성해 당 재건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여기에는 김 전 대표, 유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잠룡급과 심재철 국회부의장, 정병국·김재경·나경원·주호영 의원, 강석호 전 최고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주류끼리도 차이를 보인다. 김 전 대표는 연일 탄핵을 주장하는 반면, 유 전 원내대표는 당 화합을 강조하며 박 대통령과 관련한 입장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박근혜 브랜드’로 모여 구심점이 명확한 친박계와는 달리 비박계에는 구심점이 없다는 점에서 해법에 엇박자가 연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강 전 최고위원 사퇴 이후 친박계로만 구성돼 있는 지도부가 버티면서 ‘총사퇴’ 요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형국이다. 18일 열린 비상시국위 실무자 회의에서도 “국민과 건전한 보수 세력의 쇄신과 변화 요구를 부응하기 위해 최선 다해 노력할 것”이라는 이전과 같은 결론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비주류가 내놓은 로드맵과 관련한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18일 열린 초선모임에서는 김 전 대표를 향해 “정확한 로드맵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잇따랐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김 전 대표의 로드맵은 대체 무엇이냐, 이정현 대표가 사퇴 날짜를 밝혔는데 또 물러나라고 할 것이냐, 만약 그렇다면 그 이후 로드맵이 있지 않겠느냐, 그걸 밝혀달라고 물었다”고 밝혔다.
친박계, 조기 전대·12월 20일 사퇴 + 9인 협의체
비주류의 사퇴 요구에 부응한 이정현식 해법은 2017년 1월 21일 조기 전당대회 개최 및 올해 12월 20일 사퇴다. 거국중립내각이 여야 합의로 구성될 경우 그 이전에라도 물러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비주류는 물론 당 사무처도 17일 13년 만에 당료 전원이 참여하는 비상총회를 열어 이 대표의 로드맵에 대해 반발, 사퇴를 촉구했다. 비주류와 '강 대 강' 대치에도 이 대표를 포함한 친박계는 1·21 조기 전대를 강행할 계획이다. 당내 비주류가 불참하는 ‘반쪽 전대’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로드맵에 덧붙여서 △12월 20일 지도부 총사퇴 △친박계의 전대 불출마 △친박계의 전대 개입 불허 △전대에서 선출된 새 대표 전폭지지를 담은 ‘4단계 퇴진 방안’을 제시했다. 조 최고위원은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당헌·당규를 개정해 혁신적인 외부 인사는 물론 잠재적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도 전대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다만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의 로드맵에 대해 비주류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시국위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조 최고위원의 안도 이 대표 생각과 똑같이 당 지도부 사퇴하고 전대 치르자는 건데, 지도부가 사퇴하면 당 쇄신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비대위를 출범하는 게 정상”이라며 “그렇지 않고 바로 1월에 전대를 치르는 건 국민의 관심도 못 받고 당권 싸움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친박계가 '반쪽' 전대를 강행하거나 비상시국위를 해당 행위로 간주하여 비주류 의원들에 대해 징계에 나설 경우 분당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별개로 친박계 중진들은 “분열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원내대표를 지낸 원유철 의원은 9인 비상시국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서청원·김무성 전 대표, 정갑윤·이주영·심재철·정병국 의원 등 5선 이상 중진 5명과 4선 의원 중 전직 원내대표인 최경환·유 의원이 참여해 하나 된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진석 ‘개헌’…“지도부 사퇴 요구는 중단해야”
정진석 원내대표의 ‘최순실 게이트’ 해법은 ‘개헌’이다. 최순실 사태로 5년 단임 대통령제의 극단적 폐해가 확인된 만큼 개헌이 궁극적인 정국 정상화 방안이라는 것이다. 하야나 탄핵 절차를 밟는 대신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 권력구조로 재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헌을 통해 4년 중임제 대통령 혹은 이원집정부 형태의 대통령을 뽑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 원내대표는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난국을 타개할 해법은 개헌이다. 앞장서겠다”며 “국민적 동의를 토대로 새 헌법을 만든 뒤 그 헌법에 따라 박 대통령의 임기 조정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등 야권 유력 대권주자들의 개헌 참여를 압박했다. 정 원내대표는 “두 분 중 한 명이 벼락치기로 대통령이 되면 민주주의가 업그레이드가 되느냐. 역대 정권마다 반복된 대통령 측근비리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느냐”며 “최순실 사태를 통해 취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좋은 점인 개헌에 두 분이 애국심으로 앞장서 달라”고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비주류의 이 대표 및 지도부의 사퇴 요구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부가 12월 20일로 사퇴 시한을 밝혔기 때문에 더 이상 분란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지도부의 1·21 전대 계획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공고히 했다.
그는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1·21 전대는 느닷없다. 전대를 통해서 (국민에) 무엇을 말씀드려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며 “그게 비대위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도 “정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이미 사퇴 날짜를 못 박았기 때문에 더 이상 사퇴 요구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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