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유력해지자 주자 없는 새누리 ‘멘붕’
탄핵이든 하야든 '4월 퇴진·6월 대선' 유력
비박, 당 재건 뒤 반기문·유승민 시나리오 무성
지도부가 쥔 카드는 '4월 퇴진·6월 대선'뿐
비박, 당 재건 주도해 반기문·유승민 내세우는 시나리오 무성
새누리당이 그야말로 ‘멘붕’(멘탈붕괴의 약자) 상태에 빠졌다. 조기 대통령 선거가 유력해지고 있지만, 내세울 만한 주자는 딱히 없다.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대선 시계를 느리게 돌려야 하는 이유다.
현재 새누리당에는 뚜렷한 대권 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최순실 정국’으로 인해 대선 판도마저 요동치고 있다. 4·13 총선 전까지 여권의 유력 주자였던 김무성 전 대표는 최근 불출마를 선언했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탈당해 ‘제 4지대’ 구상을 논의 중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대권 행보에 대한 뚜렷한 의사를 내비치고 있지 않으며,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친박계 패권주의 철폐에 대한 목소리만 내고 있을 뿐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서 답보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다수를 차지하는 친박계와 ‘충청권’ 정진석 원내대표는 올해 말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만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지지율 20%대로 독주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적하기 위한 ‘보수의 구원 투수’로 그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반 총장이 사실상 정치적 파산 선고를 받은 새누리당에서 국내 정치를 시작할지는 의문이다. 반 총장이 제 3지대에 발을 들여놓을 거라는 관측도 난무하다.
친박계는 이를 대놓고 경계하고 있다. 정우택 의원은 30일 KBS 라디오에서 “반 총장이 이번 최순실 사태로 향후 행보에 대해 여권행이냐 야권행이냐, 아니면 제3지대를 놓고 저울질하는 모습을 만약 보인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공적에 좋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기 대선에 대한 대책도 특별히 없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자신의 거취에 대한 공을 국회에 넘김으로써 질서 있는 퇴진이든, 탄핵이든 5~6월 조기 대선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제시되고 있는 로드맵은 ‘4월 퇴진·6월 대선’뿐이다. 당내에서는 “이러다 정권 넘겨주게 생겼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때문에 정 원내대표는 30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야당에 ‘4월 퇴진·6월 대선’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대통령이 즉각 하야를 발표했다면 우리는 내년 1월 말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런 벼락치기 대선을 정치권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내년 1월 말 대선이 치러지면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도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고, 누가 대통령감인지에 대한 검증기회도 박탈당한다. 또한 내년 1월 말 대선은 국민이 원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원진 최고위원도 “조기 대선을 준비하려면 최소 6개월 필요하다. 2017년 4월 30일을 전제로 야당과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이 이러한 제안에 즉각 ‘수용 불가’ 방침을 정하면서 새누리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새누리당의 대권 가도가 안개 속에 빠지자 당내에서도 다양한 시나리오가 구상되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이 분열되지 않는 가정 하에 반 총장을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비박계가 주장하는 지도부 전원 사퇴 및 당 재건 과정을 거친 후 내년 1월 21일 전당대회 혹은 추대를 통해 반 총장을 명실상부한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이 경우 반 총장의 정치적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최순실 정국’으로 흩어진 보수층을 결집할 수 있을뿐더러 역대 대선의 ‘캐스팅 보트’ 충청권의 표심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계파 정치에 염증을 느낀 중도층에도 ‘비정치인’ 반 총장 카드가 신선함을 자극할 수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본보에 “비박계 주도로 당이 재창당에 준하는 쇄신 과정을 거치면 ‘보수의 분열’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친박계와 정 원내대표가 ‘반기문’이라는 공통 분모로 교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가 몰락은 하고 있지만, 보수가 마지막으로 포기할 수 없는 곳이 충청권”이라며 “충청권 후보가 나와야 당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반기문 카드’를 절대로 포기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내에서 거론되는 또 다른 전략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대선판 얼굴’로 내세우는 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최근 비박계의 탈당·탄핵 흐름과 관련해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는데, 이를 두고 비박계에서는 그가 친박계와 사전 교감한 것 아니냐는 설(說)이 제기됐다. 비상대책위원장에 유 전 원내대표가 거론되는 것도 이를 기반으로 나온 것이라는 추측도 돌았다. 정치적 악연이 있던 친박계와 유 전 원내대표가 화합하는 모양새를 통해 비박계의 이탈도 막고, ‘혁신’의 이미지도 강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은 책사이면서 리더형으로 평가받는다”며 “유 의원이 전면에 나설 경우 새누리당이 재건됐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친박계가 공언한 대로 비박계가 탄핵에 동참해 결별을 선언하고, 비박계가 요청한 인적 쇄신·당 쇄신 로드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3지대 정계개편은 불가피하다. 현재 비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가 추대를 통해 다시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비박계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비박계는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며 “명목적으로는 대권 마음을 접은 건 확실한데, 자의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 논리에 의해서 ‘구원 투수’ 역할로 추대된다면 대선에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예측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