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작은 영웅>평생 나눔과 기부 실천한 요양보호사 박석호 씨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난 2014년부터 우리 주변의 생활 속에서 나눔·정의·신뢰·화합 등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보통 인물을 발굴하고, 널리 알림으로써 긍정적 사회 문화를 확산하고자 추진해온 ‘생활 속 작은 영웅’ 사업은 올해로 44명의 '작은 영웅'들을 발굴했습니다. 데일리안은 위원회가 선정한 우리 주변의 따듯한 이웃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
박석호 씨는 중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용돈을 모아 기부와 나눔을 시작해서 50년 동안 계속 이어오고 있다. 그에게 나눔과 기부는 생활이고 인생 그 자체인 듯하다. 나이 60이 넘은 지금까지도 “봉사는 내 운명”이라며 재능기부와 나눔의 손길을 놓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눌수록 기쁨도 두 배 행복도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인생을 바꾼 한 장면
50년간 용돈을 모아 소년소녀 가장 돕기, 독거노인에게 쌀과 연탄 기부 봉사, 취약계층 청소년 무료 학습 자원봉사에서 마을 앞 대청소나 경로당 봉사활동 같은 소소한 봉사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한 사람이 다 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봉사를 평생에 걸쳐 해오고 있는 박석호 씨.
그는 이렇게 50년 동안 한결 같이 나눔과 기부를 실천할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가 나눔과 기부 인생을 시작 한 것은 아주 오래 전, 5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생 시절의 그는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심부름으로 외상값을 받으러 갔다가 그 집 학생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어떤 집에 외상값을 받으러 갔는데, 제 또래로 보이는 남학생이 나와서는 저하고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하는 거예요. 저는 차마 돈 달라는 말을 더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빈손으로 돌아왔죠. 그런데 어머니는 저더러 외상값 받았냐고 묻지도 않으시더군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는 그 집 형편상 외상값을 받아 오지 못할 것을 아셨던 것 같아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그 일이 박석호 씨에게는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평생토록 가슴에 각인된 한 장면이 되었다.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또래 친구 앞에서 마치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 빨갛게 홍당무가 된 얼굴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그 남학생을 잊을 수가 없었단다. 번개탄이며 라면 값을 내지 못해서 주눅 드는 모습을 보면서 먹을 것, 입을 것 없이 사는 이들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서 작아져야 하는지를 목격한 것이다. 이 한 장면이 박석호 씨가 주변의 불우이웃의 형편에 대해서 이해하고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용돈 모아 나누는 중학생 기부천사
박석호 씨가 나눔과 기부를 시작한 것은 중학교시절이었다. 그러니까 부모님의 가게 외상값을 갚지 못한 남학생을 목격한 다음이었다. 부모님에게도 말하지않은 채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무작정 다른 사람을 돕기 시작한 것이다.
“용돈이라고 해봤자 얼마 됩니까? 그러나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열심히 모았죠. 그래서 모이면 동네에서 오가며 보았던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결손 가정의 아이들을 찾아가 도왔어요. 또 글을 못 읽는 문맹 어르신들에게는 한글을 가르쳐 드리고 학교에서 배운 한자도 가르쳐 드리면서 재능기부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