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회와 첫 관계 설정 고심…대정부질문 나가야하나?
'소통' 강조하면서도 '1인 2역' 탓에 국회 출석 여부 고민
국정 주도권 쥔 야권 요구 무시했다가 대행체제 '휘청' 우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여야 정치권과의 관계 방향을 고민하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민의를 의식한 ‘소통’에 방점을 두면서도 ‘1인 2역’이라는 현실론에도 부딪히고 있다. 황 권한대행의 첫 협치 시험대는 대정부질문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황 권한대행은 여야 3당 원내대표의 12일 합의에 따라 오는 20~21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도 출석할 수 있다. 또한 야당으로부터 야·정 협의체에도 참여 요구를 받고 있으며,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14일 정세균 의장과 회동한다. 모든 일정을 수행한다면 9일 권한대행을 맡게된 후 소통 행보를 활발히 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 출석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간 황 권한대행은 국무총리로서 헌법에 따라 국회 대정부질문 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등에 출석해왔다. 현재는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 두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에 여권 등에서 황 권한대행의 출석 여부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 출석한 전례는 없다는 점을 이유로 총리실에서도 참석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권한대행은 야3당으로부터 국회 시정연설 요구를 받았지만, 결국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해 국회 연설은 무산됐다.
그러나 국회 출석을 거부하기에는 ‘현실론’이 만만치 않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 대통령이 민심의 심판을 받았고, 국정 주도권이 사실상 야권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이를 외면했다가는 권한대행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심판 전까지 야권의 공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야·정 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한 황 권한대행의 ‘무반응’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당을 자극하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황교안 총리 체제’를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면서도 “박 대통령 흉내는 내지 마시라. 폼 잡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정 의장과의 회동도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정 의장이 ‘야당 출신’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만남은 야당과의 소통을 위한 첫 걸음으로 해석된다. 결국 대정부질문 참석 여부가 국회와의 협치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 의장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와 정부가 서로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노력보단 겸양의 지덕을 발휘해 국민을 제대로 섬기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총리실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양새다. 총리실 관계자는 본보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 출석한 전례는 없다”면서도 “대정부질문 출석 문제는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 깊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황 권한대행은 외치뿐 아니라 내치까지 아우르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식 업무 이틀째인 이날에도 청와대로부터 정책 분야 업무보고를 받고, 권한대행으로서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황 권한대행은 여기에서 안보와 경제 분야를 강조하고, 외부 변수에 대한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는 한편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주문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