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헌법 고친다고 문제 안 바뀐다"…'대선 전 개헌' 반대
"집권여당이 대통령 거수기 전락하는 현실? 헌법구조와 무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개헌론’이 정가의 주요 이슈로 급부상한 가운데, 야권 대선주자들이 연일 개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정국 주도권 잡기에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잠룡 그룹들 간 이견이 팽팽해 개헌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13일 개헌 논의와 관련해 "지금 헌법을 고친다고 제왕적 대통령제에 의한 문제가 바뀔 것 같지 않다"며 대선 전 개헌 추진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대선 이후 개헌'을 해야 한다며 같은 입장을 내비친 상태다.
안 지사는 이날 충남북부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충남경제포럼 특강에서 "현재 한국의 대통령제와 국가운영체제에 있어서 우리 모두가 같이 책임지는 나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대통령을 뽑아놓으면 집권여당은 대통령 편이 돼서 대통령 거수기 역할을 해야 되고 대통령 체면을 세워줘야 되고 대통령의 위세를 계속 보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어디에서 만들어졌느냐"며 "그것은 헌법구조와 상관없다"고 자답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사건을 비롯한 사태의 본질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기인한다는 개헌론자들의 입장과 결을 달리하는 주장이다. 안 지사는 특히 대통령을 인식하는 유권자들의 의식구조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우리 모두가 너무 한 개인의 카리스마나 권위만을 가지고 사안을 풀려고 하는 데 문제가 있다"며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헌법을 만들어서 대통령을 뽑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민주주의 지도자로서의 대통령이 아니라 조선시대 임금님을 보듯이 대통령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단순하게 제왕적 대통령 헌법의 문제라거나 권력의 집중 문제로만 끝내지 말고 우리 모두의 참여와 의무를 더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헌과 함께 정권교체까지 완수해달라는 것이 이 시기 촛불의 간절한 염원”이라며 “시간을 핑계로 개헌 논의 자체를 하지 마라는 것은 동의하지 못한다”고 문 전 대표 등 타 주자들을 겨냥했다. 다만 새누리당 친박계가 개헌을 통해 면죄부를 받으려 한다며 야권 주도의 개헌 논의에 방점을 찍었다.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도 이날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 기조 연설을 통해 "구체제를 바꿔 새로운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 광장의 요구인데, 야당 지도부는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개헌론에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공격까지 한다"며 "좀 더 솔직해져야한다. 개헌론에 불이 붙으면 대권의 길이 멀어지니까 하는 말 아닌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야권의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꼽히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대통령 후보가 개헌 찬성을 안 하니까 개헌을 못한다는 식으로 이 문제를 다뤄서는 안 된다”며 문 전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 각 후보들이 개헌 관련 공약을 내고 당선 후 실행하자는 문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 “대선 공약을 해서 개헌하겠다는 것은 전부 다 부정직한 사람들 얘기”라며 “가능하면 그 전에 하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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