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열면 '맹탕 청문회' 달라질 수 있나?
5차 청문회, 우병우 '모르쇠 전략' 알고도 겉도는 질문·호통만
최순실-안종범 봐도 "구치소에 호통만 울리지 않겠나" 회의론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가 5차례 열렸지만, 관련 증인들의 뻔뻔함과 무능한 국회의 민낯만 드러내고 말았다. 진실에 접근하지 못한 '맹탕 청문회'가 반복되자 증인 출석을 강화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22일 청문회는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어렵게 증인석에 앉혔던 만큼 실망감이 더 컸다. "모른다", "사실이 아니다"는 답변에 의원들의 질의는 헛돌았고, 의혹 해소를 기대했던 국민들의 속이 타들어간 청문회였다.
이미 우 전 수석의 '모르쇠 전략'은 충분히 예상됐다. 앞서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도 자신에게 불리한 질의에 모른다고 잡아뗐다. '법률 미꾸라지'로 불리는 우 전 수석이 양심에 따라 진실을 말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5차 청문회에선 18명의 증인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현장에 나온 증인은 단 2명이었다.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정조사 증인 출석을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관련 법률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한명도 없다.
우병우 '모르쇠 전략' 알고도 호통만…"심문시간 선거유세 하냐"
국조특위 소속 의원들도 확보된 증거나 논거 없이 의혹을 나열하는 등 실체에 접근하지 못했다. 날카롭고 신선한 질문은 없고, 언론에서 나온 의혹만 재탕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신 망신 주기식 발언이나 호통이 이어졌다. 우 전 수석에게 "대통령을 존경하느냐"는 본질을 겉도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 의원은 자기 주장만 늘어놓다 심문 제한 시간을 넘기기도 했다. 증인에게 핵심 답변을 이끌어내지 못할 바엔 정치적 발언으로 이목을 끌어보자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청문회가 전국에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있어서 의원들이 심문시간을 유세차에 올라 선거유세하듯 한다"며 "진실에 접근해야 할 청문회의 취지를 잘못 활용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자기가 뭘 물어보는지도 모르고 질의에 나선 듯 당황해하는 의원도 적지 않았다. 예상과 다른 증인의 답변이 나왔는데도 미리 적어온 '시나리오'대로 밀어붙인 탓이다. 꼬여버린 질의시간을 호통으로 매듭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조특위는 반복되는 '맹탕 청문회' 지적을 의식해 오는 26일 최 씨와 안종범 전 수석에 대한 구치소청문회를 열기로 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열린 청문회 '수준'으로 볼 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정가에선 "구치소에 호통만 울리지 않겠나", "최순실에게 '모른다' 답변 외에 들을 게 없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한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국회에 증인이 출석하지 않거나 자료제출 또는 선서를 거부한 자에 대해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는 등 처벌을 강화한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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