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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인간 '우리 서로 사랑할 수 있을까'


입력 2016.12.28 09:41 수정 2016.12.28 09:43        이배운 기자

[기자의 눈]알파고 승리, AI 시대 개막 알려…AI 기술선점 글로벌 경쟁 가속화

AI 기술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재…AI 경쟁력 도태 위험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사진 왼쪽)와 이세돌 9단이 지난 3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한국기원

올 한해 가장 기억에 남는 뉴스 중 하나는 단연 이세돌 프로바둑 9단을 상대로 한 ‘알파고’의 승리일 것이다. 이세돌 9단의 불계패 선언은 단순히 제왕의 패배가 아닌,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의 직관 영역을 돌파한 ‘인공지능(AI) 시대’, ‘4차 산업혁명’의 서막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알파고의 승리를 지켜본 우리 국민은 환호 보다는 두려움을 표했다. AI가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는 곧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생활을 감시하고 신체를 구속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우려로 빠르게 확산됐다. 일각에서는 인간이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축배를 올려 마땅하다고 주장했지만 큰 힘이 실리지는 못했다.

고도화된 AI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기정사실화 됐다. 이에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및 각 나라 정부기관은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면서 AI 플랫폼, 기술 선점 총력전에 나섰다. 특히 AI 플랫폼은 시장을 선점한 자가 손쉽게 독점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며 경쟁이 더욱 가속화 되는 상황이다.

구글은 지난 2001년부터 2015년까지 AI 관련 기업을 인수 합병하는데 280억 달러(한화 약 32조원) 이상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AI 원천기술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오는 2018년 까지 18조 원 규모 이상의 시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아직은 실험적인 수준이지만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도 자사의 서비스에 AI를 활발히 적용하는 중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주요 IT기업을 중심으로 AI 분야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비브랩스 등 관련 기업을 인수하면서 신성장동력 확보에 돌입했고, 네이버 등 업체들도 활발한 연구·개발과 더불어 의미 있는 성과물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미래부는 우리 사회가 AI 시대에 전혀 대비 돼있지 않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정보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음은 강점이지만 AI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국민들은 AI의 역기능에 강한 경계심을 갖고 있다. 인간 편의와 삶의 질 향상이 이루어질 지언즉 일자리가 사라지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개인에 대한 감시가 강화될 수 있음을 염려한다. 역기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안전장치가 마련되겠지만 당초 정부에 대한 불신도 뿌리 깊어 도입에 오랜 시간이 소모될 가능성이 크다.

AI의 도덕적 판단에 대한 수용범위도 논의가 시작되지 못했다. 인간의 도덕 판단은 산술적인 계산이 아닐뿐더러 오랜 역사를 거쳐 형성된 본성과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알파고를 뛰어넘는 극한의 인공지능이 등장하더라도 도덕적 판단의 위임 합의를 구하기는 갈 길이 까마득해 보인다.

산업부 이배운 기자
AI의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 소재의 문제에 대해서도 정해진 바가 없다. 언젠가 인공지능의 판단 오류로 윤리적 문제 등이 발생할 경우, 사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책임 소재 선정을 위해서도 사전에 사회 구성원의 합의가 필요하다.

이같은 미흡함 들을 내세운 AI 개발·도입에 대한 반발은 정부의 미온한 지원 및 불필요한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궁극적으로 AI 경쟁력 도태·둔화를 의미하며, 선점 효과가 관건인 AI 시장에서는 더욱 치명적인 문제다.

일부 학계에서는 AI 기술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것이 사회적으로 공론화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쉽지 않은 과제지만 AI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사회적합의를 구하기 위한 움직임이 단순 논의를 넘어 보다 구체화가 이루어져야 할 단계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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