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마음급한 보험사, 금리상승으로 이중고
IFRS17 앞둔 보험사들 "자본 늘려야 하는데 수익-성장 막막"
금리 1%p 상승 시 20조원 평가손 발생 전망 "선제조치 중요"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운용부진으로 고객에게 약속한 이자를 힘겹게 지급하고 있는 보험업계가 갈수록 늘어나는 자본확충 부담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새로운 회계기준에 맞게 자본을 더 쌓아야하는 판국에 '지원군' 역할을 해야할 금리상승이 오히려 빚을 늘려 건전성 악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서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업계 당기순이익은 3조6000억원으로 2년 연속 제자리걸음을 그쳤다. 수입보험료 개선을 기대할 수 없어 자체 자본확충 노력에 나서야하는데 과거 높은 금리를 활용해 판매한 저축성보험은 '이차역마진'에 노출돼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시중금리 상승세는 장기채권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보험사들에게는 크나큰 악재로 대두되고 있다. 장기계약이 많은 보험상품의 특성상 업계가 보유한 채권만도 지난해 6월 말 기준 400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채권 대부분이 만기보유증권이 아닌 시장금리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매도가능증권이라는 것.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리 1%포인트 상승마다 약 20조원의 평가손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금융권 가운데 보험산업이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2%대로 저조한 경제성장률이 예고된 상황에서 보험업권의 경우 오는 2021년 시가평가에 따른 지급여력의 하락과 재무건전성 규제 강화에 따른 자본확충의 압박이 그 어느 업권보다도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운용자산이익보다 부채부담이 높아 보험사들의 부담이 높았다면 요즘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증권사들이 장기채권을 다량 보유하고 있어 평가손익이 발생하게 된다"며 "결국 보험사들의 단기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일단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현 원가평가 기준으로 지급여력비율(RBC)이 낮은 보험사들이다. 부채평가 방식이 시가평가로 바뀌는 오는 2021년부터는 금리 인상이 실질직인 건전성 개선으로 직결돼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현행 회계제도 상에서는 부채가 아닌 자본만 줄어들며 직격탄으로 다가올 소지가 높아진 것이다.
현행 보험업법 상 금융당국은 RBC 비율 150% 미만 보험사를 대상으로 경영개선을 권고할 수 있고, 100% 미만일 경우 경영에 개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지급여력비율 200% 미만으로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보여지는 국내 보험사로는 생보사 4곳(현대라이프, 흥국생명, DGB, KDB), 손보사 6곳(한화손보, 롯데, 흥국손보, KB손보, 농협손보, 더케이, 악사)이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가 급등할 경우 현행 RBC 비율이 빠르게 악화돼 일부 보험사들의 경우 부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RBC 비율이 저조한 회사들은 2021년까지 단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후순위채 발행이나 유산증자, 자산매각을 통한 자본확충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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