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맞은 ‘황교안 체제’, 평가 엇갈려
국정 안정화 최우선 목표…AI 추세 진정·국민 안전 ‘성과’
야당·국민 시선 ‘싸늘’…전문가 “흠결 없지만 소통은 과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9일로써 출범 한 달을 맞았다. 국정 농단 사태로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국정 관리’ 바통을 넘겨받은 황 권한대행은 ‘국정 안정화’라는 목표점을 향해 꾸준히 달리고 있다. 하지만 국정 운영의 ‘파트너’인 야당과 국민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황 권한대행 체제의 모든 추진 과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국정 안정화’다. 지난달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가장 먼저 조치에 나선 것도 국방·외교·행자부 장관에 ‘충격 최소화’를 지시한 것이다. 임시국무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국민담화까지 이어지는 즉각 대응에 나서면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황 권한대행이 강조하는 △확고한 안보 △경제활력 회복 △민생 안정 △국민 안전 등 4대 주요 분야는 ‘국정 안정화’를 뒷받침하는 요소다. 이를 위해 기존의 ‘총리·부총리 협의회’를 권한대행 주재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로 확대 개편, 주 2회 정례적으로 주요 국정 및 민생현안을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결정하고 있다. 이 회의는 지난달 12일 1차 회의 이후 5일까지 8차례 진행됐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성과로 꼽히는 것은 조류인플루엔자(AI)의 전국적 확산 추세를 진정시켰다는 점이다. 황 권한대행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민간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AI 일일점검회의’에 직접 참여해 △과감한 광역의 방역 조치 △신속한 정보공유 △즉각적·사전적 대처 등 7대 원칙을 제시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일주일내 진정을 목표로 한 ‘7일 작전’을 선포, AI 의심신고 건수가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국민 안전과 관련한 4대 중점과제도 한 달간의 성과로 평가된다. 연말·연시 민생안정을 위한 특별치안대책인 △여성 보호 강화 △서민생활침해 범죄 집중 단속 △‘생활주변 폭력’ 근절 △음주·보복·난폭운전 척결을 추진해 전년 동기간 대비 강·절도 검거인원 37% 증가, 음주 교통사고 20.7% 감소, 음주 사망사고는 44.4% 감소했다고 총리실은 설명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본보에 “권한대행 체제가 과도기를 지나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본다”며 “권한대행의 대국민담화 일성처럼 대내외 국정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국정 혼란과 안보 공백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황 권한대행의 또 다른 과제였던 ‘소통’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앞서 황 권한대행은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12월 임시회 대정부질문 출석 △정세균 국회의장 방문 △새누리당 및 국민의당 지도부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 외교안보·경제·사회 등 각계 인사와도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과 국민의 평가는 냉기가 흐른다. 야당은 황 권한대행이 사실상 대정부질문 참석 여부에 거부 입장을 보이다 야당의 계속되는 뭇매에 참석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 야3당의 회동을 거부하고 개별 회동으로 역제안한 것 등을 두고 “국회를 무시한 불통 행보”라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황제 의전’ 논란이 부정 평가에 불을 지폈다.
황 권한대행의 직무 수행 평가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6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1월 첫째 주 주간 정례조사에서 황 권한대행의 직무 수행 평가는 부정 평가가 48%로 긍정 평가(36%) 보다 12%p 높았다. (4~5일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상대로 휴대전화 임의번호걸기(RDD) 방식으로 실시. 응답률은 2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문가들은 황 권한대행의 한 달간의 국정 운영에 ‘흠결’은 없었지만, 소통 등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국정 전 분야에서 대통령 대행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며 “정치적 측면에서도 최대한 자기 위치를 고려해 잘 조절하면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현재까지 국정 관리 역할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하면서도 “대정부질문에 나갔다고 소통을 하고 있다 평가하는 건 무리”라고 강조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정치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굉장히 많았는데 중심을 잡고 안정되게 꾸려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준다”면서도 “다만 대행 체제라는 게 개념이 명확하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대행 체제를 어떻게 마무리 짓는지 등 로드맵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부정확하니 대행으로서 ‘과도한 행동을 한다’ ‘정치적 욕심이 있는 것 아니냐’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한 달을 터닝포인트로 해서 대행 체제로서 마무리 작업까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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