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정초 빅세일 기간 맞아?" 찬바람만 부는 백화점
롯데·신세계·현대百 지난 2일부터 이례적인 빅세일 돌입
기대 이하 세일 폭에 처진 소비심리 되돌리는데 역부족
지난해 매장 증축 등 볼륨 확대한 신세계만 그나마 선전
롯데·신세계·현대百 지난 2일부터 이례적인 빅세일 돌입
기대 이하 세일 폭에 처진 소비심리 되돌리는데 역부족
지난해 매장 증축 등 볼륨 확대한 신세계만 그나마 선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 그대로였다. 새해 첫 세일이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평일 오후시간임을 감안해도 지하 1층 잡화매장, 지상 1층 화장품 매장 정도를 제외하면 뜻밖에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이 백화점을 찾은 20대 여성은 "할인을 많이 한다고 해서 왔는데 매장들이 기껏해야 30% 할인을 하고 있다. 평소 세일 기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 대규모 할인행사를 한다는 게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며 살 것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인근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지하1층 푸드마켓과 1층 화장품 매장을 제외한 스포츠, 골프매장 등 세일 효과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면세점이 있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중국인 관광객 '유커'들로 일부 매장은 북적였지만,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본점은 식품관을 제외하고는 정적이 흐를 정도였다.
백화점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고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찾기도 힘들 정도였다. 40~50대로 보이는 주부들 3,4명이 몰려다니면서 가판대를 서성일뿐 좀처럼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
매장 직원들도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누거나 먼 산을 바라보기도 했다.
반면 행사장(이벤트)은 비교적 붐볐다. 카페나 식품매장도 시간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잦은 세일로 세일 효과마저 기대할 수 없었다. 주요 백화점의 공식 정기 세일 기간은 연간 100일 남짓이다. 하지만 각종 사은 행사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기간을 더하면 1년의 절반 가까이가 사실상 세일인 셈이다.
한 매장 직원은 "잦은 세일로 고개들이 세일 시즌을 외면하면서 세일의 매출 기여도도 하락세"라고 말했다.
주부 전모 씨(53)는 "겨울옷 세일한다길래 왔는데, 생각보다 비싸서 구경만 하고 돌아가는 길"이라면서 "세일하는 제품들은 맘에 안 들고 괜찮다 싶은 옷들은 세일을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한 잦은 할인 행사로 원래 상품가격에 대한 불신마저 생기면서 높은 할인율에도 구매욕이 생기지 않는 '세일 피로증'마저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복 매장 앞에서 만난 여성 고객은 "할인을 많이 한다고 해서 왔는데 매장들이 대부분 10~30% 할인을 하고 있다"며 "평소 세일 기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 대규모 할인행사를 한다는 게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신년 첫 주말쯤 세일 행사를 시작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월요일인 2일부터 일제히 세일에 들어갔다. 이는 정유년 시작과 동시에 소비 심리의 불씨를 살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정초부터 총력전에 나서면서 국내 백화점 3사 모두 신년 세일 첫 주 동안 두 자릿수 매출 신장률을 달성했다. 그나마 빅세일을 일찍부터 시작한 결과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 신장했다. 지난해부터 매장 볼륨 확대에 적극 나선 신세계백화점이 기저효과를 거두며 전년 동기대비 47.7% 큰 폭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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