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미 다가온 '제로에너지빌딩'과의 특별한 하루
현대건설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센터' 넷-제로 실용단계
창문·단열재 등으로 30% 에너지 절감, 냉난방·조명으로 40% 추가 절감
주택 내부 전 시스템 인터넷 연동 넘어 인공지능시스템 적용
현대건설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센터'…넷-제로(NetZero) 실용단계
건물내 소비하는 에너지와 자체 생산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총합이 ‘0’이 되는 제로에너지건물. 머지 않아 다가올 미래 건축물의 모습이다. 지난 20일 찾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건설의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센터(GSIC·Green Smart Innovation Center)’의 첫 인상이었다.
사실 에너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개념이어서 기술개발이 어느단계까지 왔는지 체감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통합관리실 대형 모니터에서 실시간으로 바뀌는 여러 숫자들, 예컨대 생성되는 에너지와 소비되는 에너지들의 움직임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에너지 고효율·저감기술의 성과를 엿볼 수 있었다.
현대건설이 지난 2014년 11월에 준공한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센터는 이처럼 제로에너지를 실험하고 실증하기 위해 지은 건축물이다. 연면적 2470m², 지상 4층 규모다. 태양광, 지열,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을 통해 에너지 고효율화를 구현하고 있었다.
정홍구 현대건설 건축연구개발실 부장은 “건물 내외부에 설치된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을 통해 기존 건축물 대비 화석에너지 사용량을 25%나 절감했다”면서 “특히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피크 타임(peak time)에는 자체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만 놓고 보면 절감효과는 45%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아예 제로에너지, 이른바 ‘넷-제로(NetZero)’를 구현한 실증주택도 4층에 마련돼 있었다. 주택 내부는 여느 주택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다만 전용면적이 84㎡(약 34평)이지만 최근 분양 단지와 비교하면 오히려 전용 59㎡(약 25평)와 비슷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작았다.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기존 주택에 들어갔던 단열재보다 45cm정도 두껍게 벽이 설계된데서 비롯됐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창문, 단열재, 건물 외피 등 고정된 ‘패시브 디자인(passive design)’을 통해 에너지 효율 30%를 구현했고, 냉·난방, 환기시스템, 조명 등의 움직이는 ‘액티브 시스템(active system)’을 통해 추가로 40%를 또 절감했다. 나머지 사용되는 에너지 30%는 자체적으로 생산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충당해 넷-제로(NetZero)를 실현했다.
남현민 현대건설 연구원은 “현재 상용화된 건축물 중 에너지 소비량과 생산량의 총합이 ‘0’이 되는 넷-제로를 100% 구현하는 건물은 없다”면서 “해당 가구는 에너지 제로를 실험하기 위한 실증시설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단열, 고효율 등의 고가 자재가 들어가고, 에너지저장시스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등이 추가로 적용돼 건설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인공지능과 융합
특히 제로에너지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기술이 바로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이다. 건물 내의 에너지 관리 설비와 관련된 여러 정보를 실시간 수집하고 분석해 에너지 생산 및 소비, 공급 등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가령 이틀 뒤 온도가 떨어져 난방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면, 이를 위해 필요한 신재생에너지를 미리 저장해두었다가 제때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예측(생산)과 실사용량(소비)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시스템이다.
정홍구 부장은 “에너지 고효율화를 위해 건물 관리자가 일일이 스위치를 끄고 켜는 등의 대응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자동화된 솔류션에 의해서 전력을 얼마나 사용할지 예측하고, 자체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뒀다가 공급하는 시스템 등이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면 외부에서 전력을 끌어쓰는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이같은 100% 에너지제로 주택을 실증시설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상용화를 위해 운영·관리방안도 개발중에 있다. 단순히 설계·시공을 벗어나 건물의 유지관리·운영 단계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이는 전체 건물의 생애주기별 비용을 따져봤을 때 설계·시공은 15~20%를 차지하는 반면 운영 및 관리비용은 80~85%를 차지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이미 어느정도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는 아파트도 있다. 현대건설은 인천 송도에서 제로에너지빌딩 시범사업에 선정된 총 866가구 규모의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를 짓고 있다. 국내 공동주택 최초로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1++(연간 에너지 소요량 90㎾h/㎡)로써 전기 및 난방에너지 사용료가 인천지역 평균보다 50%가량 적다. 오는 2019년 6월 완공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4년 12월에 발표된 ‘제1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에 따라 제로에너지빌딩을 공공건물은 2020년까지, 민간건물은 2025년까지 의무화하도록 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신축건물의 에너지 의무절감률 기준이 종전 30~40%에서 50~60%로 높아진다. 이에 제로에너지빌딩 구현은 건설업계의 숙명과도 같다.
다만 에너지 저감률을 10%씩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비용부담이 커지는 만큼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고단열, 고효율 등의 자재사용이 늘어나고 에너지관리 기술 비용이 늘어나면 이는 다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향후 100% 에너지제로 건물을 구현하기 위해 정부 정책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공동주택을 제로에너지 100% 건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고비용이 발생한다”면서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해 에너지타워를 별도로 건립해야 하려면 유휴부지가 필요하고, 또한 벽체가 두꺼워지면 전용면적은 줄어들지만 오히려 분양가는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해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0% 에너지절감에 가까워질수록 서비스 개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면서 “에너지 절감 기술 개발에 수반되는 비용을 보전하는 방안이나 조세감면, 용적률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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