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완전국민경선' 확정…주자별 유불리 어떻게 되나?
당원 여부 상관없이 1표 행사...문재인, 개의치 않는 분위기
이재명·안희정 자신감…박원순·김부겸, '공동경선' 불발에 유감
더불어민주당이 19대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완전국민경선제와 결선투표제를 적용키로 했다. 그간 경선 룰 문제가 당 최대 이슈로 꼽혔던 만큼, 대권 주자들은 유불리를 계산하며 한층 발빠른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완전국민경선제는 △일반 국민 중 투표 참여를 원하면 누구나 선거인단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일반 국민과 대의원·권리당원이 똑같이 1표씩 행사하는 방식이다. 대의원·권리당원의 투표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국민 참여경선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번에 결정된 목표 선거인단은 200만 명이며, 이들은 순회 투표소와 ARS(모바일), 인터넷 등을 통해 투표할 수 있다.
특히 일반 국민과 당원들이 행사하는 표의 가치가 동등하기 때문에, 인지도나 여론의 호감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당 내부 기반이 탄탄한 후보들은 지양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당원이 아닌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대거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모바일 투표와 유사하다. 이른바 비문(비 문재인) 진영 등 비주류 인사들이 모바일 투표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도 비슷한 이유다.
실제 지난 2012년 당 대표 경선 당시 김한길 후보는 전국순회 경선 결과 모든 지역의 현장 대의원 투표에서 주류 그룹 인사인 이해찬 후보를 제쳤다. 현장 투표 반영 비율은 30%였다. 그러나 단 하루 동안만 실시되는 시민·당원 선거인단 모바일 투표 결과가 70% 반영됨에 따라, 두 사람의 순위가 완전히 뒤집혔고, 결국 김 후보가 이 후보에게 패배한 바 있다.
경선 룰 확정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표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그간 이 문제에 대해선 ‘백지위임’ 입장을 여러 번 밝혀왔다. 당내 최대 계파 수장 격이자 가장 많은 현역 의원 그룹의 지지를 받고 있는 문 전 대표에게 완전국민경선제 시행은 사실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번 규칙은 문 전 대표가 압승했던 지난 2012년 경선과 크게 다르지 않거니와 SNS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반 국민 지지자의 규모도 타 후보에 비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도 일단 환영 의사를 표했다. 특히 이 시장의 경우, 정치권 내 기반은 가장 취약하지만,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 정국에서 여론의 대규모 지지를 받아 지지율 2위까지 뛰어오르는 고공행진을 경험했다. 따라서 일반 국민의 참여폭이 넓어지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 시장 본인도 지난 23일 대선출마 회견에서 “대세는 깨지기 위해 있다. 기존 여론조사의 대세와 경선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문 전 대표에 비해 ‘안티 세력’이 없으면서 충남이라는 탄탄한 지역적 기반까지 갖춘 안 지사 역시 비당원 지지자들의 확장으로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에는 일반 국민 지지자들과의 현장 문답에 이어 출마 선언하는 현장을 SNS로 생중계,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은 그간 야권공동경선을 강하게 주장해온 것을 고려할 때,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경선 불참설까지 나온다. 실제 당무위를 앞둔 전날에도 박 시장 측은 "주자들 간 합의도 없이 당이 일방적으로 결정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고, 같은 당 김부겸 의원도 “집권 후 가장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야권이 합심하여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것 밖에 없다. 최고위원회가 결정을 재고해주기 바란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한편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각 캠프별 최대 관심사는 '누가 2위를 하느냐'에 쏠리게 됐다. 당장 지지율은 낮지만, 일단 2위만 하면 결선에서 얼마든지 문 전 대표와의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또 문 전 대표는 타 후보군에 비해 유권자의 호불호가 또렷이 갈린다는 점에서, 중하위권 후보들이 본선 경쟁력을 고려한 전략 투표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위기다.
결선투표제는 최종 후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1차 투표에서 최다득표자의 득표율이 과반에 미치지 못했을 때 1·2위 후보자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이렇게 되면, 1차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표심이 최종 투표에서는 대거 뒤집힐 수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상 문 전 대표가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시장이 그 뒤를 잇고는 있지만, 독보적인 수치로 앞서는 구도는 아니다. 이어 박 시장·안 지사·김 의원도 연일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만큼, 2위를 둘러싼 후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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