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난 반기문'이 몰고 올 대선구도는…여권 후보 반등 기회잡나
문재인, 강력한 경쟁상대 하차했지만 '반사이익' 없을 듯
보수층 끌어안을 후보 등장 여부가 '양자 대결' 관건될 듯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구도에도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전부터 보수층을 중심으로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혀온 데다 실제 귀국 후 '대선행보'를 펼치는 과정에서 여론조사 1위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대할 가장 강력한 상대로 여겨졌다.
하지만 '대권행보' 3주만에 도중하차하면서 대권 판도도 새롭게 펼쳐지게 됐다.
문재인, 강력한 경쟁 상대 하차했지만 '반사이익'은 없을 듯
이른바 '대세론'을 외치면서 독주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문 전 대표 경우 그동안 반 전 총장을 상대하는 전략 구상에 치중했는데 이를 수정할 필요가 생겼다.
겉으로는 다른 후보들과 상관 없이 '마이웨이' 전략을 통해 대선에 임하는 것을 우선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로 반 전 총장을 염두하고 대응책 마련에 한창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가장 강력했던 경쟁 상대가 사라지면서 전략 수정은 물론 또 다른 경쟁 후보군의 부상에 대비해 대선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로서는 강력한 경쟁 상대가 사라졌기에 대선 행보를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데는 정치권의 일반적 반응이다.
다만, 반 전 총장의 불출마에 따른 직접적인 '반사이익'은 크게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반 전 총장의 지지층들이 보수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문 전 대표쪽으로 돌아서거나 지지율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원장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문 전 대표에게 아주 유리한 상황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냥 '대세론'만 믿고 대선 준비를 한다면 어려운 지경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 원장은 "현재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대통령은 기존 정치권보다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더 기대하는 측면에서 대선구도를 예단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수층 끌어안을 후보 등장 여부가 '양자 대결' 관건될 듯
아울러 반 전 총장처럼 '정치신인'격의 후보군들에게는 반면교사처럼 다가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주당 대선경쟁에서 중도사퇴한 것처럼 대선행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언제든 '하차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선구도는 여권보다는 야권에서 많은 후보군을 갖추고 있다. 문 전 대표를 비롯해 역시 민주당 소속으로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있으며, 이재명 성남시장도 '촛불민심'에 힘입어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이들 가운데 안 지사의 경우 중도층을 끌어안는 자세를 취하고 있어 이른바 '반문(반문재인)' 세력과 중도보수층을 한꺼번에 모아볼 수 있는 입지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이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과 연합해 이른바 '빅텐트'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또한, 이를 어떻게 실현하느냐에 따라 문 전 대표와의 '양자구도'로 뛰어오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인해 여권 대권주자들은 적잖은 반사이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수층이 결집해 밀어줄 후보로 누굴 선택하느냐에 따라 지지율 반등도 예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상대로 영입의사를 밝히고 있는 데 대해 심상찮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이미 황 권한대행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빅3' 또는 '빅4' 그룹에 뛰어든 데다 보수색채를 가장 짙게 반영할 수 있는 후보로 꼽히면서 새누리당이 황 권한대행을 영입한다면 대선구도에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바른정당 경우 남경필 경기지사와 유승민 의원 간 '2파전' 대결에서 누가 보수층을 더 끌어안을지 여부에 따라 대선 판도에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대선 준비에 2개월 정도 밖에 할 수 없기에 외연 확장을 누가 어떻게 빨리 해가느냐에 따라 문 전 대표와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후보가 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