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불출마…위기 맞은 한국 외교 이끌 지도자는 누구?
외교 역량 갖춘 대선주자 없어 위기 심화 우려
정치권, 차기정부에서 반 전 총장 역할 기대 표명
반기문 외 외교 역량 갖춘 대선주자 없어 위기 심화 우려도
향후 행보 언급은 아직…정치권, 외교적 역할 기대 표명
유력 대선주자로 꼽혔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대선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외교력 측면에서 전무후무한 대선주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외교적 역량을 갖춘 지도자의 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12일 귀국 후 본격 대권행보에 나섰으나 언론에 의한 집중 검증 과정에서 잦은 구설수에 휘말렸고 이는 지지율 하락과도 직결됐다. 실제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귀국 직후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20%대를 웃돌았으나 점차 떨어져 설 직전에는 18.0%, 가장 최근인 1일 조사에서는 16.5%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그렸다.
이에 반 전 총장의 국내 정치적 기반과 지지 세력이 취약하다는 점, 뚜렷한 색채를 드러내지 못한 채 애매한 정치노선을 보인 점 등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가 돌연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에 있어서도 지지율 하락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 전 총장은 1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로 인해 정치교체의 명분을 실종했다"며 불출마 선언 이유를 밝혔지만, 스스로 한계를 실감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외교관으로서의 풍부한 경험과 유엔 사무총장을 지내며 쌓아온 대외 신인도는 그의 최대 강점이었기에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외교 대통령'으로서의 반 전 총장의 역할을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글로벌 리더', '세계 대통령'으로 불리며 자연스레 구축된 지도자 이미지는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의 기반이 됐고, 이 시대의 이상적인 지도자상과도 일면 맞닿아 있어 대중적인 지지를 얻는 측면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특히 최근 한중·한일 간 갈등에 따른 외교적 악재가 이어지면서 반 전 총장의 외교 리더십에 희망을 거는 유권자들이 생겨나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반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불출마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한국을 이끌고 나갈 외교력을 갖춘 대선주자가 부재한 상황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차기 지도자가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외교 사안을 이념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보에 "외교는 이념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현 대선주자들을 보면 이념적인 색채를 가지고 외교를 펴나갈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외교적 전문성을 가진 인물은 사실상 없다. 더욱이 현 외교적 위기 상황에 대한 해법과 대안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보수 진영의 대안으로 떠오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마찬가지로 외교력 측면에서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다른 대선주자들에 비해 외교적 역량이 돋보였던 반 전 총장이 차기정부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하신 그 경륜으로 국가를 위해서 많은 기여해주시길 기대한다"고 했고, 안 전 상임공동대표 역시 "10년의 유엔 사무총장 경력을 살려 특사 등의 형태로 여러 가지 외교 현안들을 푸는 역할들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외 대선주자들도 향후 반 전 총장의 외교적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반 전 총장은 불출마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향후 행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현재 한국이 처한 외교적 위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차기정부가 대국적 관점에서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자문을 구하는 등 역할을 맡길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반 전 총장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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