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대선 역할론…롤모델, 권영길이냐 이정희냐
'문재인 대세론' 깰 변수…‘진보정치 가늠자'
정책공약 발표 "국민월급 300만원 시대 열 것"
대선 출마를 선언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대선 역할론'이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심 대표의 지지율은 2% 안팎으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대선구도가 여야 1대1 박빙으로 흐를 경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진보정치의 희망'과 '보수지지층의 기대'를 한 몸에
무엇보다 심 대표의 대선행보와 결과물은 '진보정치'의 가늠자가 된다.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유권자 성향이 '왼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진다. 진보진영에선 심 대표의 선전으로 진보정치 부활과 함께 '힘 있는 소수'로서 정치권에 뿌리내리길 기대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보수진영의 '기대'도 한 몸에 받고 있다. 심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 잠재요인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치공학으로 계산하면 심 대표가 많은 표를 가져갈수록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득표율은 떨어진다.
실제 심 대표가 과격하거나 선동에 가까운 언행을 해온 과거 진보정치와 차별화하는 만큼 야권의 '비문(비문재인)'표심 가운데 상당부분을 흡수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여권 한 중진 인사는 "이번 대선의 관건은 정권교체에 공감하면서도 문재인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선택"이라고 했다.
'진보정치 힘'보여준 권영길이냐, '보수결집'부른 이정희냐
정치권의 관심 포인트는 심 대표가 당선 가능성을 떠나 어느 진영에 '어시스트'를 하느냐에 있다.
진보정치의 최대 성적을 낸 16대 대선에선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발언으로 진보정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00만표(3.9%)에 가까운 득표를 했다. 이후 17대 대선에서도 3.1% 득표율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얼마든지 대선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진보정치의 표심이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표차는 108만표, 2002년 대선 노무현-이회창 후보의 격차는 약 57만표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 대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 대한 막말에 가까운 네거티브로 정권연장을 도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대선 직후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수표심의 결집 원인으로 '이정희 후보의 공격적인 TV토론 태도'라는 응답이 31.0%로 가장 많았다.
당시 이 후보는 대선을 이틀 앞두고 "정권교체 열망을 위해" 후보사퇴를 선언했지만, 문재인 후보의 당선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사퇴는 없다" 완주선언…'사표방지 심리'도 관건
현재까지 심 대표의 롤 모델은 권 후보에 가깝다.
심 대표는 "대선 후보를 사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야권연대가 아닌 완주를 공언했다. "정의당 후보가 몇 퍼센트를 얻느냐에 따라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의 삶도 바뀔 것"이라고도 했다. 대선 승리보단 진보정치의 부활에 무게를 둔 셈이다.
심 대표의 득표율은 여야 대선구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특히 대선구도가 치열해질수록 유권자들의 사표(死票) 방지 심리가 강해져 군소후보의 득표율이 크게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권 후보의 경우 2002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 지지율이 10%를 넘기도 했지만, 여야 박빙의 승부에 실제 득표율은 지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대로 특정후보의 독주체제가 굳어지면 군소 후보도 '제몫'을 챙길 수 있다. 이래저래 심 대표는 문재인 대세론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흔들 수도 있는 복잡한 지형에 놓였다.
한편 심 대표는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높이고, 최고임금법을 도입해 고위임직원 임금을 제한하겠다"며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국민월급 300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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