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박근혜·2017년 문재인의 '평행이론'
둘다 유리한 입장에선 '대선 전 개헌 반대'
사당화 논란·콘크리트 지지층에서도 공통적
정치권에서는 현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12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분위기 탓에 ‘2012년 박근혜·2017년 문재인의 평행이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9일 정가(政家)에 따르면 2012년 당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2017년 문 전 대표는 닳은 꼴이다. 개헌에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대선 전 개헌은 힘들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는 것과 사당화(私黨化)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첫 번째 평행이론 = 대선 전 개헌 반대
문 전 대표는 개헌론이 불거질 때마다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대선 이후 실시해야 한다"고 대선 전 개헌에 반대입장을 표하고 있다.
지난 7일 대전시의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전 개헌은 시기상 사실상 불가능하며,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 투표를 별도로 하면 엄청난 비용이 드는데,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그 때까지 합의된 사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섰던 문재인 상임고문은 5년 단임제의 대안으로 분권형 대통령제와 내각 책임제를 제안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문 상임고문은 당시 “분권형 대통령제뿐만 아니라 내각책임제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 대통령제는 대통령에게 너무 강한 권한이 집중돼 제왕적 대통령이 되고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5년 사이에 '대선 전 개헌'에서 '대선 후 개헌'으로 입장이 선회한 것이다.
2012년 당시 문 전 대표와 대결구도였던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도 대선을 앞두고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서 정치쇄신안을 조각했던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4년 중임제' 등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주장했지만, 박 전 비대위원장이 대선을 앞두고 개헌을 꺼려했다고 전해진다.
이랬던 박 전 비대위원장도 2005년 야당 대표로 있으면서는 “4년 중임제로 개헌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번째 공통점 = 사당화 논란
박 대통령과 문 전 대표의 공통점은 대선을 앞두고 공당(共黨)을 사당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말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참패와 선관위 디도스 테러 등으로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회가 총 사퇴하는 등 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투수로 박근혜 전 대표가 등판했다.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뒤 비대위원장에 오른 박 전 대표는 14년 된 한나라당이라는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고, 정강·정책을 수정했다.
이 때부터 사당화 논란이 조금씩 흘러나왔고, 이후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후보 경선룰를 두고 특정후보에게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를 두고 대선출마를 선언했던 정몽준·이재오 의원 등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는 것과 같다며 경선불참을 밝히면서 대선불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이 박 전 비대위원장과 친박계 의원들에 의해 박근혜 사당화가 되고 있는 비판에 빠졌었다.
이런 분위기는 5년 뒤인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문 전 대표의 사당화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사실상 저지하기 위한 방어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당내의 일부 친문(친문재인) 인사 등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당의 공식 기구가 편향적인 보고서를 만든 것도 모자라서 친문 인사들에게만 전달한 것은 (문 전 대표의 뜻대로)개헌 논의를 무력화 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후보군 중 하나였던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같은 논란이 일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도 시작하기 전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작성됐다는 것과 개헌 논의를 특정인에게 유리하느냐만을 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공당이고 모든 당원의 정당이다. 특정인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의 사당화 패권주의에 대한 염려가 더 커졌다”고 강하게 힐난했다. 이후 박 시장과 김부겸 의원 등 민주당 내 비문계 대선주자들이 연이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세 번째 공통점 = 콘크리트 지지층
세 번째 공통점은 문 전 대표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 전 비대위원장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한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문 전 대표는 15주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지지율도 30%대를 상위하는 수준을 유지하며 2위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2배 이상으로 앞서고 있다.
2012년 당시 박 전 비대위원장도 콘크리트 지지층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악재에도 40%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웬만한 이슈에는 흔들리지 않는 지지층은 대선 후보에게 든든한 힘이 된다. 하지만 확장성이 약하다는 이야기일수도 있고, 자칫 자만심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콘크리트 지지층에 대해 홍형식 한길리서치소장은 “충성도가 높은 콘크리트 지지층은 배타성을 가지고 있는데 후보가 이 배타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배타성을 잘 관리한 후보는 중도층을 더 흡수해 외연확장을 통해 대권을 거머쥘 수 있지만 배타성을 잘 못 관리하면 외연확장에 실패해 패잔병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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