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여왕' 김민희, 충무로 '금의환향' 쉽지 않다
홍상수 감독과 불륜설 이후 극심한 비난여론 부담
해외 영화제 수상, 배우로서 가치 극대화 '반전 기대'
배우 김민희(35)가 '홍상수의 여자'에서 '베를린의 여왕'으로 이미지 반전에 성공했다.
김민희는 1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여우주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배우가 세계 3대 영화제(베니스·칸·베를린)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건 1987년 강수연(씨받이·베니스), 2007년 전도연(밀양·칸)에 이어 세 번째다. 30년간 불과 3명의 월드스타가 배출됐는데 그 중 한명으로 이름을 당당히 올린 것이다.
김민희 개인에게도 크나큰 영광일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 역사에도 커다란 족적을 남긴 셈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과의 관계에 괴로워하는 여배우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때문에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표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많았다.
하지만 비난여론이 들끓었던 국내와 달리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그만큼 일찌감치 수상 가능성이 일찌감치 점쳐지고 있었고 그 열매는 홍상수 감독이 아닌 김민희가 손에 쥐었다. 홍상수 감독에게도 김민희에게도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문제는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국내 무대에 금의환향할 수 있을지 여부다. 그동안 국제영화제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배우나 감독들은 국내 영화계에서 영웅 대접을 받곤 했다. 각종 영화제에서도 특급 대우가 뒤따랐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영화 촬영조차 극비리에 진행할 정도로 언론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두 사람이 당장 국내 무대에 복귀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선 3월 개봉 예정인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보 일정이 참여할지 여부에 따라 이들의 향후 행보도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으로 영화 개봉에 앞서 제작발표회와 시사회, 언론 인터뷰 등이 진행되지만, 불륜설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강한 국내에서 이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민희가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 아닌, 다른 감독의 상업 영화에 복귀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베를린 영화제 수상 전까지만 해도 상당 기간 김민희의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많았지만, 여우주연상 수상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문제는 본인의 의지다. 현재로선 김민희가 비난여론을 감수하고 상업 영화에 출연하기보다는 당분간 홍상수 감독과의 작업에 매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김민희는 베를린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상업 영화를 하는 건 내게 큰 의미가 없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 "(이번 수상이) 향후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지만 기쁘고 감사드린다. 영화가 영화로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그것만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지향점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철학과 닮아가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난 김민희가 극히 한정된 영화 세계에만 갇혀 있는 것은 한국 영화계로선 큰 손실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민희가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와 다시 소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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