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전실 해체' 삼성, 지주회사 '물산 역할' 커지나
계열사별 경영체제...전자·물산·생명 등 핵심계열사 허브 역할 중요
바이오 외 지분·사업으로 얽혀 있지 않아 역할 증대 한계 지적도
삼성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 해체로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 3개사로 역할과 기능이 분할 이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의 역할 증대가 주목되고 있다.
28일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미전실 해체 이후 삼성전자가 전자·IT계열을, 삼성생명이 금융계열을, 삼성물산이 바이오와 중공업 등 나머지 계열들을 맡아 허브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공백 리스크를 줄여나갈 전망이다.
이미 미전실 해체 이후 각 계열사별로 독립적인 의사결정체제로의 변화가 예고된 상태다. 하지만 각 계열사별로 처한 상황이 달라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 핵심 계열사들의 실질적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이 부회장의 재판 대응과 지난해 말부터 미뤄지고 있는 사장단과 임원인사 등 굵직한 사안들이 남아 있어 미전실 해체 이후라도 역할과 기능은 필요한 상황이다.
핵심 계열사 3곳 중 가장 관심을 받는 곳은 삼성물산이다. 이미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의 합병 과정에서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가 됐다. 따라서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신성장동력인 바이오사업(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지주회사의 위상을 갖추기에는 충분하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각각 전자·IT와 금융을 중심으로 두 축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바이오 등 신성장동력으로 하나의 축을 형성하면 삼각편대의 틀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역할 증대가 당장 이뤄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 등 다른 전자 계열사들과 지분 뿐만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얽혀 있어 유기적인 협력 관계가 가능하다.
삼성생명도 향후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위해 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 등 금융사들을 지분을 거느리며 삼성의 중간금융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자회사로 두고 있는 바이오사업을 제외하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기타군에 속하는 계열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나 사업적 기반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많은 지분을 보유해 1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었던 제일기획도 지난해 10월 지분 전량을 삼성전자에 매각함으로써 연결고리가 사라졌다.
이에따라 미전실 해체 이후 삼성전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겠지만, 실질적인 지배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역할 증대는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 후 3개 핵심 계열사가 각각 역할과 기능을 분담하겠지만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계열사별 경영이 강화되면 각자 사업부문을 확실히 쥐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과 달리 삼성물산은 조금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의 역할이 증대되려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는 현재 법제도적 상황을 감안하면 가능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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