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시장금리 상승…취약계층 충격 클 듯"
한국은행 첫 금융안정회의 개최해 부문별 금융안정 상황 점검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취약계층의 채무상환에 경고등이 켜졌다. 자영업가운데 부동산 임대업, 소매·음식업과 같은 경기변동성에 취약한 업종들이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23일 첫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이하 금융안정회의)에서 금융안정상황을 점검하고 "국내 금융시스템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가계신용 급증세와 취약업종 잠재리스크가 증대되고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80조2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사업자대출은 308조7000억원, 가계대출은 17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업종별 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부동산 입대업 가구의 경우 높은 레버리지 투자로 인해 금융부채 규모는 19억6000만원에 이른다. 이는 소매업(10억2000만원), 음식점업(11억3000만원) 등의 다른 업종에 비해 부채 규모가 큰 편이다.
채무상환부담 측면에서도 부동산임대업 가구의 LTI(연간소득 대비 총 대출잔액)와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각각 228.3%, 129.1%로 소매업과 음식점업을 상회했다.
가계·기업부채율 증가세, 채무상환능력도 저하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가계부채는 1344조3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1.7% 증가해 이례적으로 급증했던 2015년 증가율 수준(10.9%)을 훨씬 상회했다.
한은에 따르면 비은행 금융기관(주금공 제외)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계신용 급증을 견인했다. 특히 비주담대와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의 증가율 상승세가 가팔랐다.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차주와 가구의 부채규모를 살펴보면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신용 7~10등급)이나 저소득(하위 30%) 취약차주의 대출규모는 지난해 말 78조6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6.2%를 차지한다.
또한 소득 및 자산 측면에서 원리금상환비율과 부채·자산평가액비율을 동시에 고려한 고위험가구의 부채비중은 지난해 7%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증가했다.
기업신용의 증가세는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업황부진과 대출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은 더욱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이 은행에 빌린 대출 규모는 760조2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4.1% 증가했다.
취약업종 가운데서도 건설과 석유화학, 철강업의 부채비율은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조선·해운업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변동성이 커지면 부채비율이 높은 업종의 경우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금융기관도 자산건전성 부분에서는 부익부빈익빈이 뚜렷하다.
일반은행이 선제적 리스크 관리강화등으로 자산건전성 개선 추세가 이어진데 반해 특수은행은 부실여신 정리 과정에서 순손실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은행금융기관의 경우 일부 증권·보험사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관련 리스크가 증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채권,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취약업종 대기업의 회사채 만기도래가 예정된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리질 경우에는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부터 금리결정 횟수를 연 8회로 줄이는 대신에 연 4회를 금융안정 관련 회의로 대체하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정책 결정의 적정 시계 확보, 경제전망과의 연계성 강화 등을 위해 금융안정회의를 연 4회 열기로 한 것"이라며 "통화정책 수행시 금융안정에 유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한국은행법 취지에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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