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우디·이란, 외국인 명장 효과 톡톡
이탈리아 명장 영입한 중국, 홈에서 공한증 깨
재택근무 반 마르바이크, 다혈질 케이로스도 승승장구
현대 축구에서 감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훌륭한 스쿼드만 있으면 호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것도 이젠 옛말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 레스터 시티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라이프치히의 랄프 하센휘틀, 세비야의 호르헤 삼파올리 등이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대표적 지도자들이다.
지난 23일 열린 한국과 중국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도 감독의 역량에서 차이가 갈렸다. 아시아에서 최정상급 스쿼드와 개인 기량을 보유한 한국이었지만 공한증을 앓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졸전 끝에 0-1로 패했다.
마르셀로 리피 중국 대표팀 감독은 울리 슈틸리케와의 지략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슈틸리케 축구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게 이뤄져 있었다. 일단 전방 공격수 3명이 강하게 압박을 가하도록 지시했는데 한국 수비진의 불안한 빌드업과 잦은 실수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중국은 공격진과의 간격이 벌어지더라도 포백 수비와 3명의 미드필더 라인을 다소 뒤로 내려 후방을 단단하게 구축했다. 공간을 촘촘하게 만들면서 뚜렷한 부분 전술이 없는 한국 공격 형태를 측면이나 뒤로 밀어내며 위기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후반에도 김신욱의 제공권을 활용하는 플랜 B마저 완전히 간파했다. 세컨볼은 대부분 중국의 차지였다. 한국은 전후반 90분 동안 별다른 전술적 우위를 가져가지 못한 채 결국 굴욕을 맛봤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정상으로 이끈 세계적 명장 리피 감독의 힘이다.
리피 감독은 중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최종예선 두 번째 경기 만에 한국을 격파하고 지도력을 입증한 반면 한국은 2년 6개월째 슈틸리케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화려했던 선수 시절과는 달리 스위스,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등을 거쳐 최근에는 중동의 카타르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가는 등 감독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4년 당시 검증되지 않은 슈틸리케 감독 선임을 두고 무모한 도박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국 대표팀을 맡으며 2015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이 슈틸리케 감독 커리어 최고의 순간이라는 말도 이 때문이다.
감독 효과는 비단 중국뿐만 아니다. 아시아 지역에 걸쳐 지도력이 우수한 외국인 감독을 선호하는 추세다.
이란은 카를로스 케이로스과 함께 승승장구하고 있다.
맨유에서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오른팔이자 수석 코치로 전술 훈련을 담당하며 명성을 날렸던 주인공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경기 종료 직전까지 아르헨티나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등 기본적으로 선 수비 후 역습을 바탕으로 한 실리 축구에 일가견이 있다.
케이로스의 이란은 현재 한국과 같은 A조에서 4승 2무(승점14)로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이란의 사상 첫 월드컵 2회 연속 본선 진출이 눈앞이다.
B조에서는 사우디 아리비아의 약진이 눈에 띈다. 사우디를 이끌고 있는 수장은 네덜란드 출신의 반 마르바이크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네덜란드의 준우승으로 견인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슈틸리케 선임에 앞서 반 마르바이크는 유력한 한국 대표팀 감독 후보였다. 비록 대한축구협회에 재택근무 조건을 요구하며 끝내 협상이 불발됐지만 반 마르바이크는 충분히 실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죽음의 조로 불리는 B조에서 일본, 호주, 이라크, UAE 등 강호들을 따돌리고 1위에 올라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반 마르바이크 감독은 현재 사우디에서 1년 동안 30일 가량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비디오 분석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을 체크하며 아시아 중심에서 멀어졌던 사우디를 정상권으로 올려놓는데 일조하고 있다.
일본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B조 2위로 그럭저럭 순항 중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에 2-4 패배를 안기며 알제리의 16강 돌풍을 이끈 바 있다. 감독 부임 초기 거침없는 독설과 독단적인 행동으로 일본 현지 언론과 팬들로부터 비판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축구 철학을 입혀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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