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만 좋은' 착한 실손보험 영업현장 외면
3대 특약 분리…"자기부담 늘어 갈아타기 수요 미미"
설계사들 "개선 아닌 개악…팔아봐야 도움도 안 돼"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착한 실손의료보험'이 영업현장 외면으로 출시 초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외견상 보험료가 인하된 것처럼 보이지만 본인 부담이 높아지면서 상품 갈아타기 수요는 물론 신규 가입자 유치도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지난달까지 펼쳐진 절판마케팅으로 고객 유인 여력이 줄어든데다 수익구조도 좋지 않아 수당을 기대하기 힘들어 설계사들이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지 않고 있다.
1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달부터 종전의 단일 보장 상품구조를 '기본형+3개 특약' 구조로 개편한 실손의료보험 상품이 출시됐다.
금융위는 기본형의 경우 기존 실손보험 상품에 비해 보험료가 35%나 저렴해 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착한 실손보험이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특약 부분이다. 금융위는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촬영 등이 과잉진료 우려가 크다고 보고, 특약으로 분리해 보장하기로 했다. 그리고 특약에 대해서는 가입자 본인 부담 비율이 20%에서 30%로 상향됐다. 또 보장한도는 250~350만원, 보장횟수는 연간 최대 50회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보험설계사들은 기존 실손보험 고객들의 가입 상품 전환 유인이 적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09년 9월 이전에 실손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자기부담금이 전혀 없어 병원비를 청구하면 전액 보험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고, 2013년 3월 이전 가입자는 3년 갱신에 자기부담금이 10%에 불과해 현행 1년 갱신에 비해 보험료 인상 부담이 적어서다.
한 보험설계사는 "통상 고객들은 나이가 들수록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장을 더 원하는 반면, 새로운 실손보험은 이 부분에 대한 부담이 오히려 더 늘어나는 구조"라며 "안 그래도 보험 상품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퍼져있는 상황에서 기본 보험료 인하만으로 상품 전환을 유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영업 일선에서는 새 실손보험이 판매에 들어가기 직전 절판마케팅이 더욱 활발해지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유리한 상품에 가입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공포마케팅을 펼친 셈이다. 기존 실손보험 막차를 탄 고객이 늘면서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려는 수요는 더욱 줄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다른 보험설계사는 "결국 고객들의 비용부담이 큰 보장은 빠진다는 점에서 새로운 상품 구조는 개선이 아니라 개악 아니냐"며 "지난달 말까지 설계사들 사이에서는 실손보험 가입이 필요한 고객들의 경우 4월이 되기 전 서둘러야 한다는 홍보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고 전했다.
회사 차원에서 적극 판매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설계사들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그만큼 수당을 기대하기 힘들어서다. 보험사들 입장에서 실손보험은 팔면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다. 기존 실손보험에서도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많은 실정이다.
또 다른 보험설계사는 "기존 실손보험도 팔아 봐야 회사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당이 적어 설계사들에게는 판매 기피 대상이었다"며 "이런 구조 속에서 새로운 실손보험이 현장에서 눈에 띄는 인기를 끌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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