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후보 지지' 연예인 편 가르기 잠잠한 이유는?
'영웅 혹은 역적' 극단적 반응 학습효과 지적
좌우 균형 무너지면서 후보 적극적 지지 줄어
5년마다 치러지는 대선의 단골 메뉴 중 하나는 '연예인 편 가르기' 논란이다. 매번 대선 때만 되면 특정후보 지지 연예인 명단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유포되곤 했다. 심지어 친박, 친노와 같은 특정 계파가 연예인들 이름 앞에 따라붙기도 했다.
하지만 제19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2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연예계는 과거와 달리 비교적 차분하고 조용하다. 어느 때보다 정치적인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은 의외다.
특정 후보 캠프에 합류하거나 지지를 선언하는 연예인들이 모습도 대폭 줄어들었다. 특정 후보 지지 연예인 명단을 확산시키며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던 누리꾼들의 모습도 이번 대선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이처럼 달라진 풍경은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무엇보다 정치적인 견해차로 영웅 혹은 역적으로 갈라치기 하는 모습은 문화적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받는 상처도 상처지만, 팬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가시 돋친 말들은 인터넷 문화를 어지럽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선거 문화가 발전됐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대선 판도 자체가 과거에 없었던,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촉발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집회, 그리고 대통령 탄핵과 구속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국민들의 여론이 하나로 모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약간의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상식과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인 성향 차이로 인한 갈등이 끼어 들 틈이 없었다. 많은 연예인들이 촛불집회에 참석했지만, 이는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해석됐다. 여론이 일방적이다 보니 다른 의견을 내기란 쉽지 않았던 탓도 있다.
2012년 대선이 안겨준 학습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겪었던 상처는 자신은 물론 팬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걸 연예인들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중적인 인기를 이용해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경각심도 높아졌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명단을 작성해 적대시하고 불이익을 주려는 행동은 진영을 떠나 용납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정치적 의식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점차 대선 열기가 가열되고 있는 만큼, 아직 불안 요소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이제 각 캠프의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적극 참여하는 연예인들도 늘어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어느 정도의 상처는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직적으로 특정 연예인을 왕따시키는 과거와 같은 사례는 사라져야 한다.
과연 이번 대선이 연예인 편 가르기 논란 없는 첫 번째 대선으로 깨끗하게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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