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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 문재인] 경유차 운행금지, 자동차업계 어쩌나


입력 2017.05.10 06:00 수정 2017.05.10 05:33        박영국 기자

내수침체, 해외 시장 경쟁력 약화 우려

자동차에 연료를 주유하는 장면.ⓒ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경유차 운행 전면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당선자가 지난 9일 대통령 선거에서 제 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자동차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문 당선자는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는 공약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차 운행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환경 분야에서 가장 급진적인 유명한 노르웨이의 경유차 판매금지(2025년) 정책보다 한층 강도가 센 공약이다. 시행 연도는 문 당선자의 공약이 노르웨이보다 5년 늦지만 ‘운행금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문 당선자의 공약이 사실상 당장 경유차 판매를 금지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직 13년이나 남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1년이건 13년이건 ‘운행금지’의 타이머가 맞춰진 차량을 구매길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 평균 보유기간이 7년이라지만 구매 단계에서부터 7년 뒤에 차를 바꿀 것을 염두에 두는 이는 많지 않다. 더구나 처분 시에는 운행금지까지 남은 기간이 더 짧아지기 때문에 중고가격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카셰어링이나 렌탈 등이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자동차는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실제 운행 기간이 몇 년이 되건 언젠가는 운행이 불가능해지고 자산 가치가 떨어진다는 사실만으로도 구매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경유차 운행금지 공약은 당장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등록된 차량 중 경유차 비중은 47.9%로 휘발유차(41.0%)를 압도했다. 2015년에는 52.5%로 절반을 넘어섰던 경유차 비중이 그나마 폭스바겐 디젤 이슈로 소폭 떨어진 것이다.

특히 레저용으로 인기가 높은 SUV의 경우 차체가 무거워 토크가 높은 디젤엔진 장착 모델의 판매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세단형 승용차 역시 이명박 정부 당시 ‘클린디젤’ 장려 정책으로 과거에 비해 디젤차 비중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경유차 대신 휘발유차를 팔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올 수 있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SUV는 대부분 디젤차를 선호하고 있고, 세단도 디젤차 특유의 강한 토크와 높은 연비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존재한다”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부분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다른 쪽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게 아니라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수천억원의 비용을 투입한 차량 개발 프로젝트들이 허사가 될 수 있는 만큼 우려가 크다.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는 여전히 경유차가 주력인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은 내수가 뒷받침해주지 못해 경유차 개발 여력이 약해진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경유차를 비롯한 내연기관 차량을 퇴출시키고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단계적으로 이행을 유도해야지 업계가 대응하기 힘들 정도의 급진적 변화를 강제한다면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업계 역시 주요 석유제품 중 하나인 경유 관련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2015년말 기준 휘발유, 경유, LPG 등 석유제품의 자동차용 연료 소비량은 3억2280만배럴이었으며, 그 중 경유가 절반에 육박하는(48.4%) 1억5637만배럴을 차지했다.

경유차 운행이 금지되거나 경유에 붙는 세금이 늘어날 경우 정유업계에 미칠 영향도 커진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를 정제하면 일정 부분은 휘발유가, 일정 부분은 경유가 나오는데, (정부 정책으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면 시장에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면서 “경유차가 줄면 휘발유차가 늘 것이고, 결국 정유업체들은 경유의 상당 부분을 수출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국제 시장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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